아내 찌르고도 '집유'받더니...20년 뒤엔 의붓딸 '살해'한 남성[뉴스속오늘]

류원혜 기자
2026.08.07 06:15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1년 8월 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주택에서 흉기를 휘둘러 의붓딸을 살해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현장에 출입을 금지하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모습./사진=뉴스1

2021년 8월 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주택에서 남성 A씨(당시 58세)가 흉기로 의붓딸(당시 33세)을 살해했다. 경제난과 건강 악화, 이혼으로 삶을 비관하던 A씨는 의붓딸이 자신을 무시해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누적된 좌절감과 분노를 피해자에게 표출한 것으로 판단했다.

"빈손으로 나가, 찌질아"…순식간에 벌어진 참극

A씨는 2012년 전처 B씨와 재혼했으나 2019년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이후 B씨가 제기한 이혼 소송에서 패소했다. 택시 기사였던 A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리 절단 수술을 앞둔 상황에 이혼까지 겹치자 삶을 비관했다. 설상가상으로 B씨와 공동 소유하던 주택마저 경매로 넘어가면서 절망에 빠졌다.

사건 당일 오전 10시45분쯤. A씨는 미처 챙기지 못한 짐을 가져오기 위해 B씨 집을 찾았다. 당시 B씨는 이사 준비로 바빴고, 의붓딸은 어머니 집에 가전제품을 챙기러 와 있었다.

B씨가 집 밖에서 이삿짐을 정리하는 사이 A씨와 의붓딸은 방충망을 여닫는 문제로 사소한 말다툼을 벌였다. 감정이 빠르게 격해지던 중 의붓딸이 "당신은 빈손으로 나갈 일만 남았다, 찌질아"라고 던진 한마디가 불씨가 됐다.

이미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의붓딸마저 자신을 모욕하자 분노가 폭발한 A씨는 주방에서 흉기를 가져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의붓딸에게 달려들었다.

B씨는 집안에서 벌어진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무방비 상태로 흉기에 찔린 의붓딸은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현관문 쪽으로 가려고 발버둥 쳤고, A씨는 이를 보면서도 아무 구호 조치도 하지 않았다.

B씨 신고로 의붓딸은 뒤늦게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저혈량성 쇼크로 끝내 숨졌다. A씨가 등에 찌른 흉기가 척추를 베고 폐를 관통한 탓이었다. 의붓딸은 남편과 어린 두 딸을 남긴 채 눈을 감아야 했다.

A씨는 현관문을 잠근 채 경찰과 2시간 넘게 대치하다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내가 피해자"라며 자해를 시도해 응급 수술받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삶이 너무 힘들었다", "의붓딸이 내 처지를 비웃는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과거 배우자에게도 흉기 휘둘러 '집유'…징역 20년 확정

A씨는 과거에도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른 적 있었다. 그는 1998년 첫 번째 아내를 흉기로 찌르고 "같이 죽자"며 수면제를 강제로 입에 넣은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는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의붓딸이 평소 아내와의 혼인 생활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나를 무시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제적 곤란과 이혼으로 인한 좌절감, 분노를 피해자에게 돌려 피해자와 유족에게 극심한 고통을 줬다"면서도 "범행을 자백하고 뉘우치는 점과 비관이 지나쳐 흉기로 자기 몸을 찌를 정도로 판단력이 저하됐던 상황 등을 참작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022년 4월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생을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충동적이었다고 하나 범행이 매우 중하고 끔찍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어 "피해자 어머니는 지금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고, 어린 손녀들은 엄마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원심 형량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후 징역 20년형이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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