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A씨와 B씨는 자녀들이 모두 출가한 결혼 30년 차 부부다. 두 사람은 자녀들이 일찍 각자의 가정을 꾸린 뒤 부부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함께 식당을 운영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 A씨의 노모 C씨가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큰 사고를 당하면서 두 사람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평소에도 예민한 성격이었던 C씨는 사고 이후 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간병인을 고용해도 번번이 갈등이 생겨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기 일쑤였다.
결국 아들인 A씨가 직접 어머니를 간병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C씨는 아들에게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며 한사코 거절했고, 결국 며느리인 B씨가 시어머니의 간병을 전담하게 됐다.
처음 몇 달 동안 B씨는 간병에 적응하느라 식당 일을 도울 여력조차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간병 생활에 적응해가던 중, 이번에는 A씨가 B씨의 도움 없이 혼자 식당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결국 부부는 오랫동안 운영해온 식당을 접기로 했다.
이후 A씨는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A씨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C씨의 간병은 사실상 온전히 B씨의 몫이 됐다. 잠시도 마음 편히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생활이 계속되자 B씨는 점점 지쳐갔다.
B씨는 남편에게 하루 중 일정 시간이라도 간병인을 고용해 자신이 쉴 수 있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다. 하지만 C씨가 간병인을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았다. 더구나 C씨는 간병 과정에서 B씨에게 수시로 폭언을 하며 화풀이를 했고, A씨 역시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결국 장기간의 독박 간병과 시어머니의 폭언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한계에 이른 B씨는 우울증까지 겪게 됐고, 끝내 A씨와의 이혼을 결심했다. 두 사람은 재판상 이혼이 가능할까?
A) 가능하다. 우리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 사유로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제3호)와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제6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물론 배우자의 부모를 간병하는 것이 힘들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재판상 이혼 사유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례처럼 장기간 시부모의 간병을 사실상 배우자 한 사람이 전담하면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겪고, 그 과정에서 시부모의 폭언 등 부당한 대우까지 지속됐음에도 배우자가 이를 방치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B씨가 간병인을 고용하는 등 부담을 나누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여러 차례 제시했음에도 A씨가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B씨에게 간병 부담을 계속 떠넘겼다면, 이러한 사정들은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됐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민법 제840조 제3호의 '심히 부당한 대우' 또는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이유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해볼 수 있다.
다만 소송에서는 단순히 '간병이 너무 힘들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간병의 기간과 강도, 시어머니의 폭언이나 부당한 대우의 정도,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한 내용과 이에 대한 남편의 태도, 간병으로 인해 B씨의 일상생활이나 건강에 발생한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Q) B씨는 남편 A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어머니 C씨의 독박 간병과 간병 과정에서 이어진 폭언 등으로 인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도 위자료를 청구하고자 한다. 가능할까?
A) 가능하다. 혼인관계가 파탄되는 과정에서 A씨가 아내에게 시어머니의 간병을 사실상 전담하게 하고, B씨가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했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등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된다면 B씨는 이혼과 함께 A씨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시어머니 C씨의 경우에도 단순히 B씨에게 간병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위자료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C씨가 간병을 받는 과정에서 B씨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이나 모욕 등 사회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부당한 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 B씨에게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면 C씨를 상대로도 별도의 위자료 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
특히 B씨가 실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면 진단서와 진료기록 등이 정신적 피해의 정도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폭언이 담긴 녹음이나 문자메시지, 가족들과 주고받은 대화, 간병 과정과 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결국 '시부모를 간병하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이나 위자료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간병 부담이 장기간 집중되고 그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가 있었으며 배우자마저 이를 방치해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됐는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