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과 법질서를 책임지는 검찰과 경찰의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검찰총장은 1년 넘게, 경찰청장은 1년8개월째 대행 체제다. 뚜렷한 설명 없이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서 정부가 형사사법체계 개편 과정에서 검경을 보다 쉽게 통제하기 위해 수장 자리를 비워두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12일 기준 검찰총장 자리는 심우정 전 총장이 지난해 7월2일 퇴임한 이후 407일째 비어 있다. 같은 달 4일부터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노만석 전 대검찰청 차장은 대장동 민간업자 사건 항소 포기 논란으로 내부 반발이 불거지자 지난해 11월14일 퇴임했다.
이어 11월15일 직무대행을 승계한 구자현 대검 차장도 지난달 31일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사직서를 냈다. 구 대행이 사직서를 제출한 뒤 휴가로 자리를 비운 동안에는 박규형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사실상 '대행의 대행'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고등검찰청장도 공석이다. 전국 6개 고검 중 서울·대구고검은 현재 각각 정용환·조아라 차장검사가 검사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까지 지난달 사퇴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법무·검찰 지휘체계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경찰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경찰청장 자리는 조지호 전 청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 봉쇄에 가담한 혐의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1년8개월 넘게 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조 전 청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하면서 청장직이 공식 궐위 상태가 됐지만 후임 인선은 감감무소식이다. 이날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에 4명을 승진 내정하면서 차기 청장 임명에 대한 기대가 다시 높아졌다. 하지만 '기대'가 현실화하지 않는 상황이 쌓여있어 기대보단 관망세가 많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장 공백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이제는 청장이 없는 상황 자체가 익숙해진 느낌"이라며 "비정상적인 상황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별다른 설명 없이 인선이 늦어지면서 검경 안팎에서는 뒷말만 무성한 분위기다. 정부가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보다 수월하게 추진하기 위해 인선을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과 달리 직무대행은 향후 인사를 의식할 수 밖에 있어 조직 입장을 적극 대변하거나 정부 방침에 제동을 걸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 고위직에서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아래 직급에서 후보를 물색하느라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정부와 여당은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왔다. 지난해 10월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 산하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했다. 올해 들어서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을 제정했고,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 형사소송법도 국회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편 공소청과 중수청도 출범까지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초대 수장 인선은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과 중수청장을 임명하려면 각각 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후보자를 추천받은 뒤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1명을 임명 제청해야 한다.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한다. 아직 추천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아 출범일에 맞춰 인선 절차를 마치기에는 일정이 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