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불안까지… 문 닫는 가정어린이집

박상혁 기자, 이지웅 기자
2026.08.14 03:39

저출산에 10년새 58% 감소
임차시설, 보유세 강화 불똥
집주인 '퇴거요구'에 폐원도
학부모 "영아 보육공백 우려"

전국 가정어린이집 현황/그래픽=이지혜

16개월 된 자녀를 둔 A씨(31)는 최근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을 찾느라 고민에 빠졌다. 경기 성남으로 이사하면서 보내려던 가정어린이집이 갑자기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근처 다른 어린이집도 폐원이 잇따르면서 남은 어린이집에는 입소 대기자가 몰렸다. A씨는 "돈을 더 내더라도 영어유치원이나 놀이학교를 알아봐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가까운 곳에서 돌봐온 가정어린이집이 빠르게 사라진다. 저출산으로 보육수요가 줄어든 데다 상당수 가정어린이집이 아파트 등을 빌려 운영되는 탓에 임대차 불안까지 겹치면서다. 어린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한 부모들의 보육 선택지도 함께 좁아진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가정어린이집은 2016년 2만598곳에서 지난해 8664곳으로 10년 새 약 58% 줄었다. 최근 3년간 문을 닫은 곳은 △2022년 1만2109곳 △2023년 1만692곳 △2024년 9586곳으로 집계돼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가정어린이집이 빠르게 감소하는 주요 배경으로 저출산이 꼽힌다.

하지만 영아를 둔 부모들은 어린이집 폐원에 따른 보육공백을 우려한다. 상대적으로 월령이 높은 아이들과 달리 영아는 어린이집을 대체할 시설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월령이 높은 아이들은 놀이학교나 학원으로 옮길 수 있지만 영아는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다"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면 조부모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복직을 미뤄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가정어린이집은 아파트나 일반주택 등에서 정원 20명 이하로 운영되는 보육시설이다. 상당수는 원장이 아파트 등을 임차해 운영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가정·민간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의 67.6%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보육 인프라의 상당부분을 담당한다.

문제는 임차 형태로 운영되는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임대차 계약 여부에 따라 존폐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주인이 퇴거를 요구하면 같은 자리에서 어린이집 운영을 이어가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다주택자·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기조가 임차 가정어린이집에는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세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실거주나 매도를 선택하면 임차 중인 어린이집이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보유세 강화 기조로 집주인은 실거주를 하거나 매도하려는 유인이 강해질 수 있다"며 "가정어린이집은 사업장이지만 공동주택에 있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받기도 어려워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폐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임대차 문제로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 사례도 나온다. 서울 광진구의 한 가정어린이집 관계자는 "15년 가까이 운영한 인근 어린이집도 집주인이 퇴거를 요구해 결국 폐원했다"며 "어린이집은 장기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우리도 갑자기 자리를 비워야 할 수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린이집의 자가·임차 여부까지 확인하는 분위기가 나타난다. 계약만료에 따른 폐원을 우려해 임차시설을 아예 선택지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학부모 B씨(29)는 "올해 전세계약을 연장하지 못해 문을 닫은 가정어린이집이 많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제는 어린이집을 알아볼 때 자가인지 임차인지부터 확인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