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역 이장의 선출과 임명에서 특정 성별이 불리하지 않도록 관련 조례와 규칙의 검토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읍·면을 두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이장 선출 관련 규칙을 검토하고 주민총회 의결 자격에서 여성 주민의 참여를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규정을 폐지하도록 권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2023년 전북 한 마을에서 60년 동안 여성 이장이 선출된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후보에도 추천된 전례가 없고, 이장 추천권을 가진 마을개발위원회에도 여성이 없다는 내용의 진정 사건을 조사해 시정 권고했다.
이를 계기로 인권위는 실태조사를 통해 9개 광역자치단체 소속 137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이장 선출·지원에 관한 조례 △이장 선출 관련 행정규칙 △각 읍면의 주민등록 인구 현황 △각 행정리의 10년간 이장 임명 현황(성별·연령대) 등을 검토했다.
그 결과 2014년부터 2023년까지 2만8517개 행정리에서 이뤄진 이장 선출·임명 10만7945회 중 남성은 9만7812회로 약 90%를 차지했다. 여성 이장 비율은 경남이 11.58%로 가장 높았고 제주도가 2.54%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기초자치단체의 조례와 규칙에는 명시적으로 특정 성별의 이장 자격 요건을 제한하는 직접 차별적 규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 규칙이 주민총회 참석권이나 의결권, 후보 추천권 등을 '세대주', '세대주의 위임을 받은 1인' 또는 '세대 대표 1인'에게 부여하고 있었다. 또 일부 마을 정관은 회원 자격과 선거권·피선거권·의결권을 세대주 또는 세대별 1인에 한정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이런 기준이 외형상 성별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농어촌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남성이 가구 대표로서 세대주 지위였던 관행을 바탕으로 여성의 투표권과 의사결정 참여 기회를 간적접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인권위는 이장 협의회 등을 통해 마을회 정관 등에 특정 성별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해당 정관을 성평등한 방향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을 권고했다. 마을 개발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 구성이 특정 성별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관련 부처의 장관에게도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행정안전부장관에게는 이장 선출·임명에 관한 조례와 규칙을 점검하고 이장 선출·임명의 성별 현황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도록 주문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성평등가족부장관에게는 농어촌지역 의사결정 구조의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마을회 정관 표준안 등을 개발·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