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연구개발비를 조달해 다른 목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을 받는 조대웅 전 셀리버리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 사내이사에도 실형이 내려져 법정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정희)는 20일 오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를 받는 조 전 대표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2100억원과 약 5억1700만원 상당의 추징 명령을 선고한 뒤 보석을 취소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권모 전 사내이사에는 징역 5년에 벌금 1100억원이 내려졌다. 이후 구속영장이 발부돼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조 전 대표 측은 인수 자금의 용도를 정확히 밝히거나 기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자금을 신사업 등에 사용할 것을 숨긴 채 연구개발비 용도로 사용할 것처럼 외관을 형성했다"고 밝혔다. 자회사에 자금을 부당하게 대여한 혐의와 관련해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셀리버리가 성장성 특례상장 제도의 1호 기업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준법의식과 책임 있는 경영이 요구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셀리버리는 당장 재무적 성과가 부족하더라도 잠재력을 갖춘 기업에 자금 조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제도의 도입 취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었다"며 "높은 수준의 준법의식과 책임 있는 경영이 요구됐지만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했다.
이어 "범행의 결과로 회사가 상장폐지돼 피해가 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전가됐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 전 대표가 회사 성장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보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초범인 점과 부당이득 상당 부분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지 않은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조 전 대표 등은 2021년 9월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약 700억원을 조달하면서 신약 연구개발비로 사용할 것처럼 허위 공시한 뒤 실제로는 물티슈 제조사 인수 등에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인수 이후 해당 회사에 200억원 이상을 무담보로 빌려준 혐의와 2023년 3월 셀리버리의 주식 거래가 정지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도해 5억원 이상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받는다.
조 전 대표에게는 회사 명의 법인카드를 호텔과 백화점 등에서 사적으로 사용하고 어머니가 회사 법인차량을 이용하도록 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지난 6월 조 전 대표에게 징역 30년을, 권 전 이사에게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또 두 사람에게 공동으로 벌금 2500억원과 약 676억원의 추징을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법정에 참석한 셀리버리 주주연대는 선고 결과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주연대는 "재판부와 검·경 모두에 감사하다"면서도 "오늘 선고된 형량은 구형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조씨는 선고 직전까지 혐의를 부인했고 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