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18일 인천 서해구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무려 109시간40분 만에 완진됐다. 소방청은 화재 발생 8시간 후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인력 845명과 장비 239대를 투입해 진화에 전력을 다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6층 메자닌(복층 적재 구조) 2층에는 충전식 배터리를 포함한 생활가전이 다량 적재돼 있었으며 화재 진행 중 강한 복사열로 방화셔터가 손상돼 방화구획 기능이 상실됐다. 이는 랙크식 고층 적재 구조에서 화재하중이 집중될 경우 기존의 설계기준으로는 화재 대응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물류창고는 일반건축물에 비해 층고가 높고 무창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랙크식 적재로 화재하중이 수직 집중돼 화재 시 화염이 급속히 확산될 위험이 크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창고 화재는 7353건, 사망 27명, 부상 282명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대형화재 20건의 재산피해도 1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기존 물류창고는 2021년 강화된 성능위주설계(PBD)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고 이번 쿠팡 물류센터도 규제 적용 시점 이전인 2020년에 준공 허가를 받아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지 않았다.
현재 정부가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만큼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위험도 평가 기반 소급 적용 체계 구축이다. 연면적·층고·가연물 하중·리튬배터리 취급 여부를 정량적으로 지표화해 고위험군부터 단계적으로 강화 기준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 및 전문가 의견 청취를 통한 유예기간 및 이행 시한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둘째, 소화설비 설계기준 고도화이다. 국제기준(NFPA 13)을 참고해 랙 높이와 적재 특성을 반영한 스프링클러 설치기준을 마련하고 방화구획도 강한 복사열에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성능위주설계 심의 시 화재 확산 시나리오를 다각화하는 수치해석을 필수화하고 그 결과를 화재안전관리계획과 연동해 운영 단계까지 이어가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연구계에서도 대형물류창고의 화재안전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물류시설 화재 안전성 및 위험도 관리 기술 개발' 연구를 통하여 고성능 방화셔터, 난연 마감재, 화재확산 방지공법을 개발해 현장 실증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현장 중심의 R&D(연구개발) 성과가 국가화재안전기준(NFTC) 개정으로 이어지고 그 기준이 기존 건물에도 적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이행률을 정기적으로 점검·공개하는 환류(還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연구가 기준이 되고 기준이 현장을 바꾸는 선순환이 이번 화재 참사를 계기로 사회에 정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