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잠가, 옷 벗어" 주점 여사장 성폭행 실패→흉기살인...출소 43일만[뉴스속오늘]

이은 기자
2026.08.21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2년 8월 21일 특수강간 등 전과 11범인 강남진이 출소 43일 만에 경기 수원시의 한 주점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달아나면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진=뉴시스

2012년 8월 21일. 특수강간 등 전과 11범인 강남진이 경기 수원시의 한 주점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달아나면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출소 43일 만의 재범이었다.

강씨(당시 39세)는 2005년 특수강간 2건을 저질러 7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뒤, 출소자 자활을 위해 6개월간 숙식을 제공하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산하 보호소에서 지내던 중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전날인 20일 강씨는 "치매로 요양 중인 어머니를 뵈러 안산에 다녀오겠다"며 외박계를 내고 보호소를 나섰지만, 실제로는 안산으로 향하지 않았다.

강씨는 오후 5시쯤 성균관대역 인근에서 소주 4병을 마신 뒤, 밤 9시50분쯤 S 주점에서 또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었다. 선불로 20만원을 낸 뒤 양주 1병(12만원)과 과일 안주(4만원)를 주문한 강씨에게 주점 사장이 봉사료를 포함한 21만원을 요구해서다.

강씨는 "16만원만 내겠다"며 4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 중재로 2만원을 돌려받았다.

이후 경찰이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며 수원 파장시장까지 데려왔지만, 화가 풀리지 않은 강씨는 21일 0시 10분쯤 인근 마트에서 길이 23㎝의 흉기를 구입했다.

성폭행 실패하자 흉기 난동…도주 중 가정집 난입, 일가족 덮쳐

술에 취한 강씨는 S 주점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길을 찾지 못해 배회하다 며칠 전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던 H 주점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오전 0시55분쯤 H 주점에 들어간 강씨는 사장 A씨(당시 39세)가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문 잠가, 옷 벗어"라며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A씨가 강하게 저항하던 중 마침 가게를 찾은 손님 B씨(당시 42세)가 잠긴 문을 두드렸다. 당황한 강씨는 A씨 목 부위를 한 차례 찌른 뒤 가게 문 앞에서 마주친 B씨의 복부를 찌르고 달아났다.

강씨는 범행을 목격한 택시 기사가 자신을 쫓기 시작하자 휴대전화까지 버리고 약 500m를 도주했고, 숨을 곳을 찾아 정자동 주택가를 배회하다 오전 1시5분쯤 문이 열려 있던 C씨(당시 65세) 집에 들어갔다.

강씨는 거실에서 마주친 C씨가 "누구냐"라며 고함을 지르자 그의 배와 가슴을 10여 차례 흉기로 마구 찔렀다. 비명을 듣고 C씨의 아내(당시 60세)와 아들(당시 34세)이 뛰쳐나오자 이들의 가슴과 팔도 여러 차례 찌른 후 달아났다. 방에 있던 C씨 딸(당시 36세)은 화를 면했다.

강씨는 C씨 일가족을 해친 지 약 5분 만에 C씨 집에서 약 150m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그는 피가 묻는 셔츠를 입고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반바지 허리춤에 꽂아 넣은 상태였다.

강씨의 흉기 난동에 C씨는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고, 그의 아내와 아들, 앞서 흉기에 찔린 H 주점 사장 A씨와 손님 B씨는 부상을 입었다.

전과 11범, 출소 43일 만에 재범…뻔뻔한 태도 '공분'
2012년 8월 21일 특수강간 등 전과 11범인 강남진이 출소 43일 만에 경기 수원시의 한 주점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달아나면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진=뉴스1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특수강간·폭행·도로교통법 위반 등 전과 11범의 누범자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중퇴한 뒤 건설 현장을 전전해온 그는 2005년 전북 순창에서 특수강간죄 2건을 저질렀지만, 전자발찌 부착 대상에서도 제외돼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전자발찌법은 2008년 제정됐고, 2010년에는 법 제정 이전 성범죄자에게도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강씨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보호소도 중범죄 전과자를 특별 관리하지 않는 등 입소자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술값 시비로 출동한 경찰은 직접 대면해 신원을 파악했지만, 보호소 거주 사실은 알지 못한 채 돌려보낸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강씨는 검거 후 뻔뻔한 태도를 보여 공분을 샀다. 그는 "이번에 들어가면 다시 빛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졸려서 조사받기 힘들다. 지금은 술에 많이 취했으니 3~4시간만 재워주면 속 시원하게 밝히겠다"며 조사를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식사와 휴식을 제공받은 뒤에도 "기자들에게 사진을 찍히게 하면 절대 불지 않겠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는 "나는 어차피 사형받을 것이니 영장실질심사와 현장검증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범행 전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하는 등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주량은 소주 1병이라며, 과음으로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벌인 우발적 범행으로 살인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또 A씨를 흉기로 위협하며 옷을 벗으라고 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며칠 전 해당 주점에서 술을 마셨는데 돈이 없다고 무시당한 기억이 있어 마침 술을 마신 김에 혼내주려고 들어갔을 뿐"이라며 성폭행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주점에서 흉기를 휘두른 뒤 C씨 집에 침입해 2차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서는 "정신이 없었다. 남자가 소리를 지르기에 흉기를 좌우로 휘둘렀다. 빨리 그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강씨가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것이 형량을 줄이기 위한 의도라고 봤다. 범행 직전 S 주점에 출동했던 경찰관 역시 당시 강씨가 다소 취하긴 했지만,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인사불성인 상태는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법정에서도 불손한 태도…판사 노려보고 말 자르기도

강씨는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2012년 8월 23일 구속 수감됐으며, 같은 해 9월 17일 기소돼 세 차례 재판을 받았다.

강씨는 재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을 거칠게 열고 법정을 빠져나가는 등 법정에서도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당시 재판장은 그를 다시 불러 세워 "피고인은 중죄를 지어 재판받는 입장이고 방청석에 피해자 유족들이 있을 수 있으니 최대한 공손한 태도를 취하라"라고 꾸짖었다.

그러자 강씨는 정면을 노려보다 판사의 말을 자르며 "재판이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어떤 행동이 불손한지 잘 모르겠다"고 받아쳤다.

네 번째 재판 10일 앞두고 돌연사…사인은 약물 쇼크

수원구치소 4인실에 수감돼 있던 강씨는 2012년 12월 16일 오전 10시25분쯤 얼굴이 창백해지고 구토 증세를 보여 구치소 내 의료과로 옮겨졌다가 상태가 악화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그는 주점 사장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재판을 10일 앞두고 있었다.

오전 9시쯤 교도관 점검 당시만 해도 특이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1시간 뒤 갑자기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의 사인은 약물에 의한 쇼크사로 밝혀졌다. 그는 불면증으로 졸피뎀을 복용했고, 사망 며칠 전 감기 증세로 아세트아미노펜과 클로르페니라민이 함유된 감기약을 함께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독성농도 이하 약물이라도 2개 이상을 함께 복용할 경우 상호작용에 의해 효과가 증대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쇼크가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