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도 욕하고 싶지!" 민주당 히트상품 임미애의 전당대회 출마기

우경희 기자, 김도현 기자
2026.09.02 17:38

[the300]임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인터뷰

[익산=뉴시스] 김얼 기자 =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15일 전북 익산시 원광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 정기당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6.08.15. pmkeul@newsis.com /사진=김얼

임미애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최고 히트상품 중 하나다. 순회경선을 거듭할수록 인지도가 높아졌다. 민주당에 저런 사람이 있었느냔 말이 나왔다. 김용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자진사퇴하는 마무리까지, 그의 행보는 당선되지 못한 출마자 중 단연 화제였다. 김용도 낙선했으니 마냥 성공이라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전대를 돌아보는 임 의원의 속내는 복잡했다. 지난달 31일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임 의원은 "미안하다", "안타깝다", "아쉬움은 없다", "우울하다", "교만했다"는 엇갈린 감정과 자평을 쏟아냈다. 사퇴 결정이 지지자들에게 미안하고, 전대 결과는 안타깝지만, 민주당 혁신을 '호남에서도' 외칠 수 있었으니 아쉬움은 없다는 거였다.

그럼에도 TK(대구경북)에 대한 당내 인식의 벽은 늘 우울감을 토로하게 만든다. 민주당 유일의 TK 현역 의원으로 쉴 틈 없이 달려왔지만 '나 혼자 해내겠다'는 마음이 교만이 아니었을까 자성도 했다. "당이 지랄같아 못 찍어준다"는 말을 일상으로 들으며 맷집을 키웠지만 당 안에서 쏟아진 비난은 상처로 남았다. 이걸 곱씹는 시간이 정치 내공을 키우는 과정일 터였다.

"국회의원 300명 다 달려들어도 이재명 대통령 못 지킨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상당히 늦게 전대 출마를 결심하셨다.

▶미래 의제를 갖고 당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의원들이 있었고 그분들이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전대 흘러가는 모양새가 초반부터 그냥 계파 대결 양상이더라. 우리 당엔 확장이 꼭 필요한데, 합리적 중도층과 보수를 설득해나갈 정책이나 의지가 매우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TK를 버리고 민주당이 이기는 법은 없다'는 얘기를 우리 당에 하려고 전대에 나왔다. 제대로 정치 개혁을 하지 못하고 다음 총선때 무슨 염치로 표를 달라고 하겠나.

-전대 내내 개혁을 말씀하신 것은 그 때문인가.

▶국회의원 300명 다 달려들어도 이재명 대통령 못 지킨다. 국민이 공감하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개혁, 그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때 대통령을 지킬 수 있다. 대통령은 국민이 지키는 거다. 국민이 함께 해야 한다. 지난 1년 민주당의 개혁은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보완수사권 문제가 왜 전당대회 핵심 이슈가 되면 안 되나. 부담이 있어서인지 공개토론회 한 번 하고 빠르게 정리하더라. 토론을 더 했었어야지. 미래를 얘기하지 않고 무슨 개혁이 있겠나.

-TK를 얻지 못하면 민주당은 이기기 어렵다고 말씀하시는데, TK에서 지고도 민주당은 여러차례 선거에서 이겼다.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당선될 때 대구에서 12% 득표했다. 노무현은 19%, 문재인은 21%, 그 다음 이재명이 23%를 얻었다. 영남 유권자 전부 합하면 1200만명이다. 전체 유권자의 30%가 여기 산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득표를 하느냐가 민주당이 안정적으로 이기느냐 마느냐를 결정한다. 수도권은 왔다갔다 하잖아. 경기도에서 이겨도 서울은 이미 보수화돼 있다. 대구경북에서 얼마나 확장성을 갖느냐, 이게 1%냐 5%냐가 대선에 결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 면에서 대구경북 주민들과 함께할 정책의제를 빠르게 만들어내야 한다.

"TK 임미애는 또 잊혀지겠지만, 그래도 내겐 민주당"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TK에서 활동하는 여건이 좋지 않을텐데.

▶TK 유권자들은 민주당 정치인을 통해 민주당 얘기를 들을 기회가 없다. 비례대표인 나를 통해 조금 듣지만 접점이 매우 부족하다. 대구에 민주당 지역구 의원이 한두명만 있었다면 대구 얘기는 당에 전달되고 당 얘기는 대구에 전달될거다. 이게 단절된 채 수십년이 지났다. 대구엔 많은 보수언론이 있다. 요청하면 빼놓지 않고 인터뷰에 응한다. 온전히 민주당이, 이재명이 뭘 하려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선거땐 임미애를 찾지만, 선거가 끝나면 당내 주목도가 많이 낮아지는게 사실이다.

▶그 점은 정말 많이 서운하다. 제도적으로 보완하려 한다. 이번에 김민석 대표가 내게 원외 지원과 정치개혁 의제를 다루는 TF(태스크포스)를 맡겼다. 당이 준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할 때 당시 이재명 대표가 대구경북은 권리당원 경선을 통해 여성 1인, 남성 1인을 추천해주면 여성은 안정권, 남성은 예비번호를 배정해 주는 것으로 정했다. 그래서 내가 경선을 통해 들어온거다. 이런 게 이례적으로 끝나선 안 된다. 나 같은 비례 케이스가 더 확대되고, 제도가 지속돼야 한다.

-임미애같은 정치인이 TK에서 정치를 하는데, 꼭 민주당 깃발 아래여야만 하는 이유는 뭔가.

▶'너는 사람은 좋은데 네 당은 '지랄'같아서 못 찍어주겠다'는 얘기를 숱하게 듣는다. '네가 꿈꾸는 그 좋은 정치, 그 답이 민주당에만 있느냐. 국민의힘 와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제안이 왜 없었겠나. 나도 스스로 물어본다. '너는 왜 꼭 민주당이냐'고. 나는 경북에서 뒤틀린 정치지형, 선택의 여지조차 없고 민주주의라는 말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단어처럼 취급되고 모든 가치들이 왜곡되고 부정되는 지역사회 풍토를 본다. 나는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그 가치를 지역사회에서 되살리고 끌고 나갈 힘이 되는 정당이라고 믿는다.

"TK 비난하는 지지자들 서운하지만…기대를 말하고 전략을 세워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전당대회 결말은 '김용에게 양보'였다. 어떤 마음으로 결정하신 건가.

▶사실 김용 후보를 잘 모른다. 사퇴하며 제일 미안했던 사람은 나를 지지해준, 약 10만표 정도로 추정되는 당원들이다. 이분들의 표를 사표로 만들었다. 사퇴하라는 문자는 많이 받았지만 그런 게 압박요인은 아니었다. 다만 김민석 대표 체제 출범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지도부가 안정적으로 구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서울 경기 개표 결과를 보니 내가 완주하면 선거에 영향을 줄 것 같았다. 한 쪽에선 너무 늦게 사퇴했다고 욕하고, 한 쪽에선 안 한다더니 사퇴했다고 욕한다. 진심으로 미안한 분들은 나를 찍었던 분들이다.

-최종 결과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으실 듯 하다.

▶당연하다. 다만 하고 싶은 얘기는 전대 과정에서 다 했다. 광주전남 가서 선거제도 개혁을 말했다. 거기가서 왜 그 얘기를 하냐고들 했다. 민주당 내 가장 큰 기득권이 호남인데, 그런 말이 먹힐거라 생각하냐고들 하더라. 그럼에도 호남에서 그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 민주당의 뿌리인 당신들이 결심해야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임미애에게 이번 전대는 어떤 의미인가.

▶요새 우울감을 토로한다. 언제까지 전대때만 우리 TK 당원들을 찾아올건가. 누군가가 떨어져도 계속 출마하며 지켜온 토양이다. 민주당 찍어 본 사람들이 민주당 찍거든. 그런데 당은 당선을 못 시키면 우리가 어떻게 싸워왔는지도 잊어버린다. 김부겸 떨어졌다고 대구는 떼서 뭐 어디로 보내버리라고 하잖아. 우리 당 지지자들이 더 비난한다. 그런거 보면 나도 사실 욕하고 싶어. 그렇지만 욕 대신 그렇게 바라보면 안 된다고 말을 해야한다. '그래도 대구의 45%가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계속해서 말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 전국적으로 말했으니 성과있는 출마"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탈락한 고민정 의원과 김보미 전 강진군 의원이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발표에서 본경선에 진출한 임미애, 이성윤 최고위원 후보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6.07.23.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임미애 역할론이 더 커질 듯 하다.

▶사실 난 고민을 하게 됐다. 누군가는 이 싸움을 계속 해야 할텐데, '이제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나의 역할이 좀 정리되고 누군가 이 역할을 대신해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내가 혼자 하겠다는, TK와 당을 혼자 바꾸겠다고 마음먹은 것 자체가 대단히 교만했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한다. 어쩌면 누구도 내게 이런 역할을 요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전대 결과 탓에 생각이 너무 많아지신 것 아닌가.

▶우울한 지점은 이정도고, 다만 패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그간 우리의 이야기를 한 번도 전국적으로 꺼내본 적이 없다. 2022년에 처음 경북도당위원장 되면서 2024년 총선 전에 선거제도 바꾸자는 내용의 정개특위를 도당 차원에서 만들어서 민주당 의원실 다 돌아다녔다. 비례대표 한 석 달라 이런게 아니고 아예 제도를 바꾸자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한 첫 번째 도당위원장이었다. 이 얘기를 전국적으로 했으니 성과라고 본다. 떨어졌지만 성과 있는 출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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