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구 경기에서 패배한 뒤 심판의 목과 가슴을 밀쳐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받은 감독에게 '평생 축구 지도자 등록'을 제한한 대한축구협회 규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모씨가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에게 지도자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대학 축구부 감독을 맡았던 정씨는 2022년 열린 대학 축구대회에서 상대편에 패하자 심판에게 달려가 목과 가슴을 밀치며 항의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같은 해 12월 정씨의 행동이 '심판에 대한 폭력'과 '과도한 판정항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내렸다. 정씨는 재심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씨는 자격정지 기간이 끝난 2023년 12월 대한축구협회에 지도자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협회는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등록규정을 근거로 등록을 거부했다. 해당 규정은 폭력행위로 자격정지 1년 이상의 징계를 받은 사람에 대해 영구적으로 지도자 등록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정씨는 징계 자체에 무효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에게 지도자 자격이 있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정씨의 심판에 대한 폭력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자격정지 1년이라는 징계도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징계처분 무효확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폭력행위로 자격정지 1년 이상을 받은 사람의 지도자 등록을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협회의 등록규정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며 무효라고 판단해 지도자 자격확인 청구는 받아들였다.
2심 법원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협회의 해당 규정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다른 지도자 등록 제한 사유와 비교해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정씨의 지도자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협회가 축구계의 폭력행위를 근절하고 공정한 경기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일정한 제재를 두는 것 자체는 정당한 목적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폭력의 대상과 경위, 수단 등을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은 채 자격정지 1년 이상의 징계를 받은 사람을 일률적으로 영구 등록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봤다.
자격정지 1년이라는 징계가 끝난 뒤에도 영구적으로 지도자 등록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해당 징계가 사실상 제명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정씨가 폭력행위를 하고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당시에는 없었던 영구 등록 제한 규정을 신설하면서 별도의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신뢰보호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