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아니어도 어때, 예쁘잖아"…데뷔 전부터 팬 몰린 AI 아이돌

이은 기자
2026.09.09 06:00
오는 10월 데뷔하는 AI(인공지능) 아이돌 보이그룹 muuo:23(뮤오이십삼) 멤버 이이현, 지난달 데뷔한 AI 걸그룹 서리아 멤버 프레야. /사진=이이현, 서리아 인스타그램

버추얼(Virtual·가상) 아이돌이 음원 차트와 대형 공연장에서 성과를 내는 가운데 최근에는 생성형 AI(인공지능)를 활용한 'AI 아이돌'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버추얼 아이돌 그룹은 2023년 데뷔한 블래스트(VLAST)의 '플레이브'(PLAVE)다. 2D 아이돌 캐릭터에 실제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입히는 모션 캡처 방식으로 활동한다.

플레이브는 2023년 버추얼 보이그룹 최초로 멜론차트 TOP100에 입성했으며, 지난해 11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한 콘서트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2회차 공연이 전석 매진되는 등 인기를 입증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과 '아티스트 100'에도 처음 이름을 올렸다.

플레이브가 실제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캐릭터에 입히는 방식이라면 최근 등장한 AI 아이돌은 생성형 AI로 멤버의 외형과 이미지·영상, 세계관 등을 구현한다.

이미지·영상 생성 AI 플랫폼 드롭샷 AI를 운영하는 지로가 선보인 AI 4인조 걸그룹 '서리아'(SEORIA)가 지난달 31일 데뷔했고, 크리에이션집업의 AI 5인조 보이그룹 'muuo:23'(뮤오이십삼·이하 뮤오)도 오는 10월 데뷔를 앞두고 있다. 사람들은 왜 '진짜 사람'이 아닌 아이돌에 빠지는 걸까.

오는 10월 데뷔를 알린 5인조 AI 보이그룹 muuo:23(뮤오), 지난달 데뷔한 AI 걸그룹 서리아(SEORIA)
"AI인 게 뭐가 중요해"…데뷔 전부터 팬 몰린 AI 아이돌

AI 아이돌을 향한 관심은 SNS(소셜미디어)에서도 나타난다. 뮤오의 멤버 이이현의 인스타그램은 데뷔 전부터 팔로워 4만8000명을 확보했고, 지난 6월에는 한 패션 브랜드와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광고 게시물의 '좋아요'는 13만8000건을 넘어섰다.

일본과 태국 등 해외 매체에서도 AI 아이돌을 소개하는 등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뮤오 소개 글에는 1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AI 아니냐" "얼굴이 다 똑같다" 등 일부 거부 반응도 있지만 "AI든 아니든 상관없다. 이미 내 마음을 훔쳤다" "이 정도로 생긴 거면 AI든 뭐든 그냥 팬이 될 수밖에 없다" "AI면 어떠하리. 이리 아름다운데" 등의 반응도 나왔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오는 10월 데뷔하는 5인조 AI(인공지능) 보이그룹 muuo:23(뮤오이십삼)의 멤버 이이현·사사키 세이·서연우·이하민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각 인스타그램

가상 캐릭터를 바라보는 대중의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배경으로는 가상 콘텐츠에 대한 익숙함이 꼽힌다.

아바타와 버추얼 크리에이터 등 가상 콘텐츠를 일상적으로 접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가상 캐릭터를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들이는 데 대한 거부감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버추얼 아이돌과 캐릭터 등이 대중화되면서 가상 콘텐츠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즐기게 된 것"이라며 "최근 AI 기술이 화두로 떠오르고, 캐릭터를 바라보는 대중의 태도 역시 전향적으로 바뀌면서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진 이미지·영상 생성 기술도 가상 캐릭터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AI 아이돌의 매력에 빠진 30대 직장인 A씨는 "처음엔 AI 캐릭터는 가짜라는 생각에 거부감이 있었다"며 "SNS에서 본 사진 속 인물이 AI 아이돌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지만, 꾸준히 올라오는 일상 게시물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숙해졌고 부담 없이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플레이브의 공연을 모두 다녀온 30대 여성 직장인 B씨는 "처음엔 낯설었는데 노래를 듣고 '입덕'(팬이 됐다는 뜻의 신조어)했다"며 "라이브 방송이나 공연에서 멤버 간 호흡을 보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팬들이 단순히 가상 캐릭터의 외형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세계관에 몰입하고 지속적인 콘텐츠와 소통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2023년 데뷔한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 /사진=플레이브 인스타그램
제작 장벽 낮아진 AI 아이돌…결국 핵심은 '서사'

생성형 AI 아이돌이 등장하기 전부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가상 아티스트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왔다. SM엔터테인먼트는 그룹 에스파 세계관 속 조력자 캐릭터인 '나이비스'(naevis)를 정식 데뷔시켰으며, 넷마블F&C 계열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4인조 가상 걸그룹 '메이브'(MAVE:)를 선보였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AI 아티스트 제작 계획을 밝혔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제작자가 원하는 외모와 세계관 등을 구현하는 것도 이전보다 쉬워졌다.

AI 아이돌의 경우 생성형 AI로 기본적인 시각 이미지를 만든 뒤 연출에 필요한 명령어를 추가해 결과물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어 기존 애니메이션 캐릭터 제작보다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AI로 구현한 아이돌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캐릭터 자체는 실제 연예인과 달리 외모 변화나 사생활 논란 등에 따른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한 번 만들어진 캐릭터 IP(지식재산권)를 음악·영상·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버추얼 아이돌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위), 버추얼 아이돌 보이그룹 미완소년(아래) /사진=이세계아이돌·미완소년 인스타그램

반면 생성형 AI의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유사한 콘셉트의 아이돌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슷한 외모와 콘셉트, 세계관을 가진 AI 아이돌이 쏟아질 경우 기술 자체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AI 아이돌 역시 기술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 평론가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시각적인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얼마나 신선하고 독창적으로 풀어내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아이돌이야말로 제작자가 어떤 의도로 프롬프트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작자의 기획력이 곧 경쟁력"이라며 "대중은 사람과 AI의 경계에서 반응한다고 본다. 제작자가 AI의 낯설고 새로운 느낌에 인간의 감성을 어떻게 섬세하게 녹여내고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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