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클린 스쿨-도박 없는 학교 ④ 도박 문제 발견했을 땐 이미 '2차범죄' 연루도

청소년 도박이 단순한 도박 행위를 넘어 절도와 사기, 학교폭력 등 2차 범죄로 번지고 있다. 소득이 없는 청소년들이 손실을 만회하려다 빚을 키우고, 결국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에 손을 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일산서부경찰서는 최근 무인점포를 돌며 현금을 훔친 10대 A군을 붙잡았다. A군은 지난 7월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경기 고양 일대 무인점포에서 10차례에 걸쳐 키오스크를 망치로 부수고 현금 87만원을 훔쳤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사이버도박으로 생긴 빚을 갚으려고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래 학생에게 도박 자금을 요구하거나 도박사이트 가입을 강요하는 학교폭력 사례도 있다. BTF 푸른나무재단 상담 사례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B군은 동급생의 요구로 돈을 빌려주고 불법 도박사이트 계좌에 돈을 입금했다. 보복이 두려워 거절하지 못했지만 결국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가해 학생은 오히려 B군에게 "학교에 알리겠다"며 지속적으로 협박했다.
도박 자금을 빌려준 뒤 원금보다 많은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C군은 동급생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사이버도박에 연루됐다. 가해 학생들은 C군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준 뒤 원금보다 많은 돈을 요구했다. C군이 이를 갚지 못하자 부모에게까지 반복적으로 연락하며 돈을 요구하고 욕설과 협박을 이어갔다.

현장에서는 청소년 도박이 스마트폰을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학교나 가정에서 문제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상당한 빚이 쌓였거나 2차 범죄에 연루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김석민 BTF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 과장은 "온라인 도박에 빠진 학생들은 잃은 돈을 되찾으려는 마음에 베팅 금액을 계속 늘리면서 빚이 늘어난다"며 "특히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다른 학생에게 돈을 빼앗거나 협박하는 등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가 학생의 스마트폰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사이버도박 초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도박 사실을 파악했을 땐 이미 채무가 쌓여있거나 추가 범죄에 가담해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학교에서 도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경찰과 학교 간 연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미성년자의 불법 도박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관련 내용이 학교에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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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고등학교 상담교사로 근무 중인 문혜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문상담위원장은 "경찰이 도박사이트 접속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하더라도 이중처벌 방지나 정보 보호를 이유로 연루 학생 정보는 공유하지 않는다"며 "도박 중독 학생이 직접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극소수인 만큼 경찰 조사 정보가 학교 상담과 연계되면 조기 계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