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관이 먼저 조사하고 다른 검사가 기소…대법 "문제없다"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9.09 06: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뉴스1

검찰수사관이 먼저 피의자를 조사한 뒤 다른 검사가 사건을 넘겨받아 기소했다면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어긋날까. 대법원은 검찰수사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실제 수사에 착수했다면 그때부터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다른 검사가 기소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미술대학 교수 A씨의 사건에서 원심의 공소기각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2019년 9월 대학원 연구실에서 대학원 수업을 들었던 학생 B씨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감사원의 출석 요구에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문제는 두 사람을 기소한 검사가 직접 수사를 시작했느냐는 것에 있었다. 사건은 감사원의 수사 요청으로 검찰에 넘어갔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찰수사관들이 담당 검사의 지휘를 받아 참고인을 조사하고 두 사람을 직접 신문했다. 이후 담당 검사가 바뀌었고 사건을 넘겨받은 다른 검사가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청법은 검사가 자신이 수사를 시작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수사와 기소를 한 검사가 모두 맡지 못하도록 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1심 법원은 두 사람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A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3000만원 추징을 B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처음 수사에 나선 것은 검찰수사관이었지만 검찰수사관은 독립된 수사기관이 아니므로 실제 피고인들을 직접 조사한 뒤 기소까지 한 검사가 이 사건의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2심 법원은 같은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맡은 것은 법에 어긋난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검찰수사관이 담당 검사의 지휘를 받아 참고인 조사와 피의자신문 등 구체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면 그 시점에 이미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별도로 범죄인지보고를 하거나 사건번호를 부여한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검찰수사관은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사관이 먼저 수사에 착수했다면 이를 지휘한 검사가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처음 수사를 지휘한 검사와 이후 사건을 넘겨받아 기소한 검사는 서로 달랐던 만큼 수사와 기소를 같은 검사가 맡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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