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상속 전쟁'이 중산층으로 번지고 있다. 과거에는 분쟁의 실익이 크지 않았던 일반 가정에서도 부동산 가치가 높아지면서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족 간 재산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사회적 인식 변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9일 국가데이터처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667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부동산 자산은 4억298만원으로 전체 자산의 71.1%를 차지한다. 가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된 만큼 집값 상승이 곧 상속재산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스스로 자산을 형성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부모의 재산이 자녀에게 중요한 경제적 기반이 되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상속재산의 가치도 커져 부유층뿐 아니라 중산층 가정에서도 1억원 이하로 비교적 적은 규모의 재산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침체기에는 조금이라도 재산을 더 확보하려는 가족 구성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해질 수 있다"며 "소액이라도 피상속인이 생전 증여나 유언 등을 통해 재산 배분을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상속인들이 합의하지 못하고 결국 법원의 판단을 구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 간 합의보다 법적으로 자신의 상속 몫을 명확하게 확보하려는 인식이 강해진 점도 분쟁 증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과거에는 부모를 부양한 자녀나 장남에게 더 많은 재산을 주는 등 가족 내부의 합의로 상속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법원의 판단을 받으려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양보하기보다 상속인 간 권리관계를 법적으로 명확히 하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상속세 등 세금 문제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속 부동산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이 형사 사건으로 번진 사례도 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8단독(판사 정정호)은 지난달 19일 상속 대상 아파트를 장녀에게 넘길 목적으로 차녀를 속여 위조된 상속재산 분할협의서에 서명하게 한 70대 어머니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으로도 상속 재산을 둘러싼 법정 다툼은 당분간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구정모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부모 세대가 오래전부터 보유해온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큰 규모의 상속 재산이 생긴 경우가 많다"며 "상속에 대해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고 있어 관련 소송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