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6석은 뭐야?"
일명 '용아맥'이라 불리는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에서 영화 '오디세이'를 보려는 사람들의 눈총이 텅 빈 '장애인석'으로 쏠렸다.
전석 매진 속 홀로 남겨진 6개의 빈자리, 이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 "일반 좌석은 꽉 차 있는데 장애인석만 비어있는 경우를 많이 봤다. 비효율적인데 좌석을 놀릴 바에 일반 관객에게 풀자"는 주장이 나왔다. 여기에 1개 관당 6석 기준 28일, 일 6회 상영한다면 약 1000여명의 추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는 계산까지 제시됐다.
그러자 "장애인석은 애초에 비장애인들의 선택지가 아니다", "장애인이 갑자기 영화를 보고 싶으면 관람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배려해줘야 할 사람의 몫까지 노리면 안 된다", "효율을 생각하면 가능한 복지는 없다" 등의 반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선은 단순히 장애인석을 '절대 개방 불가'로 묶어두거나 '상영 직전 무조건 개방하자'는 양극단의 논리를 넘어선다. 핵심은 장애인의 좌석 선택권과 문화 접근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실제 매진 상황에서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세밀한 기준을 정립하는 데 있다.
장애인석을 '상영 직전까지 예약되지 않았으니 이제 필요없는 좌석'이라고 본다면 제도의 본래 취지에 어긋날 위험이 있다. 장애인은 이동 수단 확보나 활동지원사 일정 등 제반 여건으로 인해 비장애인에 비해 사전 예매가 어려워 당일 현장 방문으로 관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관 장애인석을 비롯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같이 권리 보장을 위해 마련된 곳은 일반 시설의 가동률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따라서 개방제도를 논의한다면 단순히 '상영 몇 분 전' 등 시간만으로 정할 게 아니라 다른 일반 좌석의 판매 상황, 장애인 관객의 현장 구매 가능성, 장애인석을 다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경우 대체 조치 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영화관 장애인석의 약 70%는 시야 확보가 어려운 맨 앞줄에 배치돼 있다. 관람 환경이 불합리하게 조성된 것이 장애인석의 높은 공석률을 유발한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국내 4개 멀티플렉스 체인(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씨네Q)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 극장 장애인 관람석 설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장애인 관람석 5987석 가운데 약 70%인 4182석이 맨 앞줄에 위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맨 뒷줄에 설치된 장애인석은 1564석(26.1%), 중간 줄은 241석(4%)에 그쳤다.
김 변호사는 "좋은 좌석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장애인들이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면 상당히 불공정한 것"이라며 "비장애인 관객이라면 선호하지 않아 마지막까지 남는 좌석을 휠체어 이용자에게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로 제공하면서 동일한 관람권이 보장됐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랫동안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있는가'에만 집중해 왔지, 그 자리에서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가까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장애인석이 '존재하는가'보다 그 좌석에서 비장애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지, 좌석을 선택할 기회가 있는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앉을 수 있는지까지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원칙적으로 신설 영화관의 장애인 관람석은 중간 줄이나 맨 뒷줄에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기준이 마련됐다.
그러나 기존 시설에 대한 경과규정이 존재하는 데다 스크린과의 거리가 관람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하다면 맨 앞줄 설치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뒀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거리와 시야각이어야 관람에 불편하지 않은지 객관적인 기준이 구체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영화관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과 자막 등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화면 해설·자막, 이를 수신할 수 있는 기기와 온라인 서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 행위라는 1, 2심의 판단을 인정해 영화관들의 패소 부분을 확정했다. 또 영화관들의 재정 부담을 이유로 일정 규모 이상의 상영관 등 편의 제공의 범위와 횟수를 제한하라고 한 하급심 판결은 부당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회부했다.
미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ADA) 규정을 관할하는 미 법무부(DOJ)는 휠체어석을 단순히 몇 석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치와 시야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스타디움형 영화관의 경우 휠체어석을 전체 객석의 뒤쪽 60% 범위 내에 배치하거나 수직 시야각 기준 40~100% 사이에 위치하도록 해 장애인 관객도 다른 관객과 동등한 시야 선택권을 누리도록 보장한다.
장애인이 반드시 최고 명당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가장 나쁜 좌석으로 밀려나서도 안 된다'는 취지다.
공석 활용에 대한 기준 역시 정밀하다. 단순히 상영 시간이 임박했다고 해서 장애인석을 자동 전환하지 않는다. 같은 구역의 일반석이 모두 판매됐거나 같은 가격대 일반석이 모두 팔린 경우에 한해 장애인석을 개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또 사업자가 반드시 개방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김 변호사는 "'미국의 사례는 이번 논란에 참고할만하다"며 "빈 장애인석을 절대로 다른 사람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와 '상영 직전이면 무조건 일반석으로 풀자'라는 두 논리 사이에서, 장애인의 좌석 선택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실제 매진 상황에서는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세밀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