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막강한 수사권한을 갖게 될 경찰이 잇따른 부실 수사와 내부 비리 논란으로 흔들리면서 정부와 경찰이 개혁기구 신설과 내부 통제 강화에 나섰다. 다만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승진 중심의 인사 구조와 숙련 수사관 이탈 등 조직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경찰개혁위원회'와 '경찰개혁추진단'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거듭 경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다.
다음달 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출범으로 형사사법체계가 개편되면서 경찰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만큼 이에 맞는 통제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잇따른 부실 수사 논란도 경찰 개혁 논의에 불을 붙였다. 장윤기 사건에 이어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경찰의 수사 역량과 내부 통제를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다.
경찰도 자체적인 신뢰 회복에 나섰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3일 전국 경찰 지휘부와 함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경찰개혁단을 출범시키고 내외부 개혁기구가 제안한 과제를 실행하는 역할을 맡겼다.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고 내부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통제 방안도 마련 중이다.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수사개혁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매주 회의를 열어 권고안을 내놓고 있다. 경찰은 내부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중요직무범죄수사대를 신설하고, 상피제와 순환인사제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개혁기구를 만들고 새로운 제도를 덧붙이는 방식만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개혁의 속도와 외형에 집중하기보다 승진 경쟁과 수사 경험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일부 사건을 계기로 조직 전체의 틀을 급하게 바꾸면 현장 경찰관의 사기와 직무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도 "개혁 과정에서 현장과 지휘부의 의견이 조화롭게 반영돼야 한다"며 "경찰이 승진 경쟁에 매몰된 경향이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범죄심리학과 특임교수는 "수십 년간 수사 경험을 쌓은 경찰관도 승진 전망이 보이지 않으면 수사 부서를 떠나거나 조직 밖으로 나가게 된다"며 "베테랑 수사관이 현장에 남아 승진하고 자신의 수사 경험을 조직에 전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