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도 연애도 여기서…"안녕, 나의 낭만" 44년 잠실야구장 역사 속 '홈인'

이현수 기자, 고지운 기자, 나유영 기자
2026.10.12 21:32

두산·롯데전 끝으로 정규시즌 마무리…팬들 기념사진 찍으며 아쉬움
1982년 개장해 한국 야구의 상징으로…경기 후 구장 은퇴식 열려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찾은 야구 팬들. 이날 열린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잠실야구장에서 치러지는 프로야구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다. /사진=고지운 기자

"다시는 보지 못할 구장이니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박웅빈씨(31)는 "5살 때부터 26년째 두산 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1년과 2015년, 2016년, 2019년 두산이 우승하는 순간을 모두 함께한 구장이라 팬으로서 소중하다"며 "예매 서버 시간에 맞춰 새로고침을 수없이 반복한 끝에 마지막 경기 티켓을 구했다"고 했다.

44년간 한국 야구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던 잠실야구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날 열린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잠실구장에서 치르는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저마다 구장에서 쌓은 추억을 떠올리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두 자녀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설재훈씨(45)와 임이슬씨(40) 부부는 "잠실야구장은 가족의 추억이 쌓인 장소"라고 말했다. 설씨는 "아내와 같이 두산 팬이라 함께 야구를 보러 다니다가 결혼했다"며 "개막전 표를 구해 '같이 보러 가자'고 제안하면서 연애를 시작했다"고 했다.

임씨도 "예전에 잠실야구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찾아봤는데, 이제 이곳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앞 노점상에서 관객들이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나유영 기자

이날 야구장 앞에 걸린 'Thank you Jamsil'(고마워요 잠실) 현수막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팬들은 '최강 두산'이라고 적힌 응원수건 등을 들어 보이며 구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기념 부스에는 '우리에게 잠실은 꿈의 구장이었다', '우리에게 잠실은 낭만이었다' 등 선수들의 친필 문구가 담긴 엽서도 전시됐다.

학창 시절부터 잠실야구장을 찾았다는 두산 팬 김지연씨(25)는 "개막 이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경기를 보러 왔다"며 "학생 때부터 친구나 부모님과 자주 찾았던 곳인데 갑자기 사라진다고 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티켓을 구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경기의 열기를 느끼기 위해 찾아온 팬도 있었다. 남편과 함께 제주도에서 왔다는 50대 김모씨는 1984년 롯데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떠올렸다. 김씨는 "롯데 팬으로서 1984년 잠실에서 첫 우승을 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며 "잠실구장이 곧 사라진다고 해서 들어오기 전 사진이라도 몇 장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암표라도 구하고 싶은데 평소보다 몇 배는 비싼 상황"이라며 "표를 못 구하면 경기장 앞에서 응원 소리를 들으며 휴대전화로 중계를 보거나 근처 음식점에서 경기를 볼 생각"이라고 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해 온 LG 트윈스 팬에게도 아쉬움은 마찬가지였다. LG 팬 백세권씨(34)는 "잠실야구장은 초등학생 때부터 나들이 오던 곳"이라며 "돔구장으로 바뀌면 잠실에서 노을이 지는 모습을 못 보게 될 거라 아쉽다"고 전했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잠실야구장으로 향하는 야구팬들의 모습. 롯데·두산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사진=나유영 기자

잠실구장에서 치를 포스트시즌 경기는 남아 있지만 정규시즌은 이날 두산과 롯데의 대결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1982년 문을 연 잠실야구장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잠실 스포츠·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에 따라 올해를 끝으로 철거될 예정이다.

두산은 이날 경기 종료 후 '잠실야구장 은퇴식'도 진행한다. 구단의 역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참석해 팬들과 함께 구장에 작별을 고한다.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 날 외벽에 '잠실, 잠시 안녕'이라는 문구의 낙서가 쓰여있다. /사진=나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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