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2일. 자신들이 운영하던 가출 청소년 집단의 범죄를 경찰에 진술한 10대 소년을 보복 살해하고 야산에 암매장한 남성에게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범인들은 소년을 살해한 뒤 시신 사진까지 찍어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사건은 범행 9개월 뒤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가출 청소년 모아 범죄 강요…경찰에 진술하자 보복 살해
주범 김모씨와 공범 변모씨, 최모씨 등 3명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가출 청소년들을 끌어모았다. 잠자리를 제공하고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청소년들을 유인해 이른바 '가출팸'을 꾸린 것이다.
이후 이들은 청소년들에게 절도와 타인 명의 체크카드 전달, 대포통장 개설 등 각종 범죄를 강요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했고, 숙소에서 나가려는 청소년들을 감금하거나 폭행하기도 했다. 서로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실명 대신 별명을 사용했다.
당시 16세였던 피해자 A군은 2018년 4월쯤 이들을 알게 돼 같은 해 7월 초까지 함께 생활했다. 그러나 A군 역시 범죄에 동원되고 폭행에 시달리자 숙소에 있던 돈과 신발을 훔쳐 달아났다.
A군은 가출팸을 벗어나기 전인 2018년 6월11일 가출 청소년 유인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김씨 일당의 범행을 진술한 바 있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씨와 최씨는 A군을 살해하기로 계획하고 변씨까지 범행에 끌어들였다.
2018년 9월8일 일당은 다른 가출 청소년을 시켜 A군에게 공짜로 문신을 해주겠다며 연락하도록 했다. A군이 약속 장소인 경기 오산역에 나오자 변씨가 문신 시술자로 위장해 그를 인근 공장의 컨테이너 창고로 유인했다.
미리 범행 도구를 준비한 김씨는 A군의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폭행해 살해했다.
이들은 A군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옷을 모두 벗기고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했다. 범행 후에는 시신 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기까지 했다.
9개월 후 벌초하던 시민이 시신 발견…귀걸이·반지만 남아
범행 약 9개월 뒤인 2019년 6월6일 오전 7시35분쯤 경기 오산시 내삼미동의 한 야산에서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됐다.
묘지를 찾은 한 시민이 우연히 흙더미를 발견해 파헤쳤다가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시신은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고, 현장에는 귀걸이와 반지만 남아 있었다.
부검 결과 시신은 15~17세 남성 청소년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형사 44명으로 전담 수사팀을 꾸렸지만 피해자 신원 확인이 안 돼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경찰은 가출 청소년들 SNS 계정 약 3만개를 일일이 살폈고 시신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장신구를 착용한 청소년 사진을 찾아냈다. 시신 발견 49일 만이었다.
A군은 2017년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가출을 반복하며 가족과 연락이 끊긴 상태였지만 실종신고는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A군 주변 인물들을 추적해 2019년 8월22일 김씨와 변씨, 최씨 등 3명을 범인으로 특정했다. 당시 김씨와 변씨는 다른 범죄로 이미 구치소와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고, 최씨는 군 복무 중이었다.
시신 사진 찍어 자랑까지…주범 징역 30년
김씨와 변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피유인자 살해, 미성년자 유인,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징역, 변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측과 합의한 사정 등을 고려해 김씨에게 징역 30년, 변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에게 각각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등 계획하에 피해자를 살해했으며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체를 은닉했다"며 "범행 후에는 사체의 사진을 찍고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듯 말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범행 후에도 죄책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검찰과 피고인들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하면서 김씨의 징역 30년과 변씨의 징역 25년, 두 사람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 20년이 각각 확정됐다.
군 복무 중 체포된 최씨는 별도로 군사법원에서 재판받아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인 고등군사법원에서도 같은 형량이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