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투수라는 '사이영 위너'의 자부심은 국가대표 마크 앞에서 한없이 가벼웠다.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거머쥐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으로 군림 중인 타릭 스쿠발(30·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이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딱 1경기만 등판하고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등 복수 매체에 따르면 스쿠발은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랜드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훈련 도중 현장 취재진과 만나 이번 WBC 출전에 대한 계획을 직접 밝혔다.
스쿠발은 단호했다. 미국 대표팀의 조별 리그 2번째 경기인 3월 7일 영국전 단 한 경기에만 선발로 나선 뒤, 곧바로 짐을 싸서 디트로이트 캠프로 복귀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국가대표로서 우승을 향한 '여정'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시즌 준비를 위한 '연습 경기' 정도로 WBC를 이용하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스쿠발은 "사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두 가지를 모두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뛰고 싶지만 디트로이트와 함께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볼 때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그런 조건을 받아준 구단과 팀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 이후의 태도다. 스쿠발은 "미국이 WBC 결승에 진출한다면, 다시 팀에 합류해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응원하고 싶다"는 뻔뻔함까지 드러냈다. 마운드 위에서 승부를 책임져야 할 에이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공을 던지는 대신 'VIP 관람객'으로 남겠다는 발언이다.
스쿠발은 최근 2년 동안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 군림했다. 2025시즌 31경기에 등판해 13승 6패 평균자책점 2.21의 기록으로 리그 정상급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2024시즌에도 31경기 18승 4패 평균자책점 2.39의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2시즌 연속 사이영상의 주인공이다. 미국 역시 내셔널리그 사이영 수상자인 폴 스킨스(24·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함께 대표팀 원투펀치를 구축해 WBC 정상 탈환을 노렸지만 무산된 모양새다.
스쿠발의 이 같은 결정에 미국 현지 팬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무리 소속팀의 정규 시즌 준비가 중요하다지만, 국가대표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고서 '일회성 등판' 후 이탈하는 것은 대회의 권위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보험 문제 등 다소 복잡한 상황이 작용했다는 분석 또한 존재한다.
한편, 스쿠발은 2026시즌을 앞두고 디트로이트와 연봉 조정에서 승리하며 3200만 달러(약 462억 원)라는 역대급 연봉을 확보한 바 있다. 돈과 명예는 모두 챙기면서도 정작 국가대표로서의 헌신은 외면했다는 비난 여론은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