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과 최고지도자 사망으로 중동의 전운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유럽 등 해외 무대에서 활약 중인 이란 축구 간판스타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불참 가능성까지 대두된 건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2일(한국시간) 유럽 주요 리그가 주말 일정이 열리는 가운데 이란 국가대표의 주축 유럽파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고국이 폭격으로 피해를 입고 가족과 지인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스트레스 속에서도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이란 국가대표팀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인터 밀란에서 뛰다가 올 시즌부터 올림피아코스(그리스)에서 활약 중인 간판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가 있다. 이밖에 알리레자 자한바크시(SC 헤이렌베인·네덜란드), 마지드 호세이니(카이세리스포르·튀르키예) 등 다수의 유럽파 핵심 자원들이 포진했다.
오랫동안 유럽 빅리그를 누비다 최근 아시아 무대로 적을 옮긴 사르다르 아즈문(샤바브 알아흘리)과 사만 고도스(알이티하드 칼바) 역시 대표팀 주축으로서 궤를 같이한다. 이들은 모두 타국에서 조국의 참상을 느끼며 그라운드에 나서야 하는 압박을 공유한다.
가장 큰 상실은 이란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보이콧 시사에서 비롯된다. 스페인 '마르카'에 따르면 메흐디 타지 이란 축구협회장은 자국 방송을 통해 이번 북중미 월드컵 참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 자국 리그도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과해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이란은 벨기에, 뉴질랜드, 이집트와 함께 조별리그 G조에 편성됐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벨기에, 뉴질랜드와 두 경기를 치른 뒤 시애틀로 이동해 이집트와 최종전을 갖는다. 조별리그 세 경기가 모두 적성국인 미국에서 열린다는 점이 치명타로 작용한 것이다.
이란의 유럽파들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이번 월드컵은 전성기의 기량을 세계 무대에서 증명할 기회다. 하지만 스포츠와 정치가 분리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4년간 흘린 땀방울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월드컵에 진출하고도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라운드 위에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갈등 여지도 존재한다. 이란 내 참상에 대한 추모나 반전 메시지를 유니폼이나 세리머니를 통해 표출할 경우, 소속팀과 리그 사무국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 주요 리그들은 그라운드 내에서의 어떠한 정치적, 종교적 의사 표현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란 선수들이 조국을 향한 연대 의식을 드러내는 순간, 규정 위반으로 인한 징계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6월 타레미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 충돌로 이란 내 모든 공항의 항공편 운항이 중단돼 클럽 월드컵 참가가 어려운 상황이 놓이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란을 가만히 두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조국의 참화라는 비극 앞에서 축구화 끈을 묶어야 하는 이란 선수들. 스포츠의 평화적 가치가 무색해진 상황 속에서 이란 선수들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