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으로 자리를 비운 김혜성(27)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합류한 산티아고 에스피날(32·이상 LA 다저스)이 뛰어난 타격감으로 개막전 로스터 합류에 청신호를 켰다.
일본의 메이저리그 전문 칼럼니스트 나츠키 우네는 7일 "LA 다저스는 선수층이 두꺼운 팀이다. 마이너리그 계약 선수가 개막 로스터에 진입하는 길은 상당히 험난하다. 하지만 에스피날이 그 길을 현실로 만들 기세"라고 주목했다.
에스피날은 과거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류현진(39·한화 이글스)과 한솥밥을 먹어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에스피날은 2020년 토론토에서 데뷔 후 신시내티 레즈를 거쳐 578경기 타율 0.261(1619타수 423안타) 20홈런 160타점 28도루, 출루율 0.316 장타율 0.349 OPS 0.665로 평범한 성적을 냈다.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끝에 지난해에도 시즌 중 트리플A로 강등되자 FA를 선언했다. 올해는 스프링캠프가 막 시작한 2월 18일이 돼서야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모습은 꽤 반전이다. 김혜성 등 몇몇 선수들이 WBC에 출전한 사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7경기 타율 0.625(16타수 10안타) 2홈런 8타점, 출루율 0.636 장타율 1.125 OPS 1.761의 폭발적인 타격감으로 시범경기 초반을 지배하고 있다.
현장 평가도 높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시범경기가 2주 이상 남은 상황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자신의 패를 내보이는 건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에스피날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초반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16타수 10안타를 기록했는데, 이건 멕시코 WBC 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3타수 2안타를 기록한 것을 제외한 것이다. 수비에서도 1루, 2루, 3루에서 출전해 다재다능함을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다저스가 원한 슈퍼 유틸리티의 자질이다. 현재 다저스에서 그 역할을 하던 토미 에드먼이 오른쪽 발목, 키케 에르난데스가 왼쪽 팔꿈치 수술로 이탈했다. 이들이 모두 부상자 명단으로 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내야와 외야 모두 뛸 수 있는 에스피날의 존재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로버츠 감독은 7일 "에스피날이 팀에 없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그는 2루, 3루, 코너 외야 등 어디서든 뛸 수 있다. 위기 때는 유격수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우타자가 필요할 때면 나갈 수 있다"라고 개막전 로스터 합류를 암시했다. 이어 "에스피날은 똑똑한 선수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플레이를 즐기면서도 집중력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연스레 같은 유틸리티 플레이어 역할인 김혜성의 출전 시간과 연결됐다. 나츠키 우네는 "다저스 개막 로스터 야수를 13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2루수 이외 주전 8명에 포수 달튼 러싱, 내야수 미겔 로하스, 외야수 알렉스 콜까진 거의 확정적이다. 남은 두 자리를 놓고 김혜성, 알렉스 프리랜드, 에스피날이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김혜성과 에스피날이 외야 수비까지 가능하지만, 프리랜드는 외야 경험이 없다. 또한 김혜성과 프리랜드는 마이너리그 옵션이 있고 김혜성은 13타수 6안타, 프리랜드는 멕시코전 포함 21타수 4안타를 기록 중"이라고 김혜성의 비교 우위를 설명했다.
에스피날과 경쟁에서는 김혜성이 밀릴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에스피날의 유틸리티 능력과 보여준 커리어가 그 근거다. 나츠키 우네는 "에스피날은 메이저리그 2년 차 이후 5시즌 동안 매년 최소 92경기 이상 출전했다. 2022년에는 올스타로도 선정됐고, 포수와 중견수를 제외한 7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개막 로스터에는 김혜성과 에스피날이 합류하고 프리랜드는 트리플A에서 시작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2루수로 로하스나 김혜성이 아닌 에스피날이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