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에 맞는 무대가 필요하다... K-팝과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 이제는 인프라가 따라가야 한다

정희돈 스타뉴스 전문기자
2026.03.31 09:11
최근 광화문에서 열린 BTS 특별 공연은 한국 공연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4만~5만 명 이상을 수용할 대형 돔이나 전용 무대가 없는 서울의 현실을 드러냈다. 한국은 K-팝과 스포츠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와 이벤트를 안정적으로 담아낼 인프라 수준이 국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대형 돔과 아레나를 건설하여 문화 및 스포츠 산업의 확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 고척스카이돔.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최근 광화문에서 열린 BTS의 특별 공연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한국 공연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닌 공간에서 수많은 시민과 국내 팬은 물론 외국인 팬들까지 함께 호흡한 그 순간은 분명 '새로운 장르'라 부를 만했다. 주최 측은 무려 10만여 명의 관객이 모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감동의 이면에는 냉정하게 짚어야 할 현실도 존재한다. 거리 공연은 새로운 문화의 시작이기도 했지만, 서울이라는 세계적인 도시에서 4만~5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돔이나 전용 무대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한국은 이미 콘텐츠 강국이다. K-팝은 세계를 움직이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글로벌 문화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스포츠 산업 역시 양적·질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정작 그 콘텐츠와 이벤트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담아낼 인프라 수준은 아직 국격을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서울에는 고척스카이돔이 있다. 그러나 야구 기준 약 1만 6000명, 공연 기준 약 2만~2만 5000명 수준에 그쳐 이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돔 인프라라고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있다"는 것과 "충분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난 1999년, 나는 한일 프로야구 슈퍼게임을 취재하기 위해 일본의 여러 도시를 돌았고 그때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은 이미 도쿄돔, 후쿠오카 돔, 오사카 돔, 나고야 돔 등 4만~5만 명을 수용하는 대형 돔구장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야구 실력의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인프라에서는 우리가 한참 뒤처져 있음을 절감했다.

우리도 1990년대 말 대형 돔구장을 추진할 기회가 있었다. LG그룹이 뚝섬에 돔구장 건설을 검토했고, 두산 역시 동대문 야구장 부지에 돔구장을 지으려고 했지만 IMF 외환위기와 정치적 변수 속에서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잠실 스포츠·MICE 복합개발 사업의 하나로 기존 잠실야구장 자리에 새로 들어서게 될 첨단 돔구장 실내 조감도.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잠실 스포츠·MICE 복합개발을 통해 3만 석 규모 돔구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로는 부족하다. 서울은 물론 부산, 인천, 대구, 광주 등 주요 도시에도 대형 돔과 아레나가 필요하다.

지금 한국의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BTS나 블랙 핑크 같은 세계적 아티스트들은 해외 스타디움을 돌며 공연하고, 해외 팬들은 국경을 넘어 그 공연을 찾는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는 이를 장기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

만약 우리나라에 4만~5만 명 규모의 세계적 수준 돔 공연장이 여러 곳 존재하고, 여기에 교통·숙박·쇼핑·전시 기능이 결합돼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K-팝 대형 콘서트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해외 팬들은 며칠씩 머물며 관광과 소비를 하고, 주변 상권은 살아나며, 방송·중계·굿즈·전시·팬 경험 산업이 함께 커진다. 공연은 단순 이벤트를 넘어 관광, 소비, 미디어, 콘텐츠 산업 전반을 견인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는 이미 천만 관중 시대로 성장했고 ,각종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할 역량도 넘쳐난다 그런데 날씨와 계절에 영향 받지 않고, 대형 국제행사와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실내 복합 스타디움은 거의 없다. 이는 산업 확장의 한계를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스포츠는 스포츠대로, 공연은 공연대로 늘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국격에 맞는 스포츠 강국이라면 선수와 팬, 미디어, 스폰서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최첨단 경기장과 복합시설이 더 많이 필요하다.

1999년 일본에서 느꼈던 충격은 단순히 돔이 많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문화와 스포츠를 산업으로 키울 '그릇'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한국은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강국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그 위상에 맞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다. 고척돔 하나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잠실을 시작으로 더 많은 돔과 전용 아레나가 필요하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다.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안) 단지배치도(위) 및 조감도. /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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