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 대표팀이 지난 3월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8강 탈락이라는 참사를 일으킨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대회에 출전했던 일본프로야구(NPB) 주축 선수들도 잇따른 부상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이번에는 한신 타이거즈의 '차세대 거포'이자 센트럴리그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외야수 모리시타 쇼타(26)가 경기 도중 부상으로 교체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모리시타는 지난 28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원정 경기에 8회초 타석에 들어섰으나,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왼쪽 엄지발가락 부근을 강타당했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모리시타는 결국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벤치로 물러났다. 끝까지 타석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다.
경기를 마친 뒤 모리시타는 버스에 올라타기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 직후라 통증이 심하다. 일단 아이싱을 하며 살피고 있다"며 상태를 전했지만, 리그 홈런 단독 선두(7개)를 질주하던 핵심 타자의 이탈 가능성에 한신 구단은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주 공교롭게 지난 3월 WBC에 다녀온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언론 스포니치 아넥스까지도 "WBC 선수들의 잇따른 재난"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다.
지바 롯데 '우완 선발 투수' 타네이치 아츠키(28)까지 지난 25일 소프트뱅크전에서 투구 도중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올 시즌 복귀가 사실상 절망적인 상황이라 오무라 사부로(50) 지바 롯데 감독은 "유감스럽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허탈해했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소속 내야수 마키 슈고(28) 역시 지난 24일 요미우리전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근육 파열 진단을 받고 전력에서 이탈했으며, 오릭스 버팔로스 소속 좌완 투수 미야기 히로야(25)도 지난 9일 경기 중 왼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 손상으로 장기 결장이 확정됐다. 이들 모두 일본 대표팀 소속으로 2026 WBC에 나섰던 선수들이다.
WBC 후유증은 사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번 시즌 LG 트윈스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던 유영찬(29)이 우측 팔꿈치 주두골 피로골절로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유영찬은 지난 24일 두산전 투구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정밀 검진 결과 핀 고정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재활 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 시즌 내 복귀가 불투명하다. 이에 앞서 LG 좌완 손주영(28) 역시 WBC 직후 팔꿈치 통증을 느꼈고 현재는 내복사근 미세 손상까지 생겼다. 리그 간 내야수 문보경(26)까지도 계속해서 부상의 여파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모두 WBC 일정을 소화했다.
국가대표라는 명예를 위해 강행군을 소화한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면서, 한일 양국 야구계에는 'WBC 후유증'에 대한 우려와 함께 선수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