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한마디에 기자회견 '퇴장', 北 내고향 감독 화내고 떠났다...'3억 지원' 공동응원 등에 업고 우승→믹스트존도 패싱

OSEN 제공
2026.05.24 02:54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 감독이 '북측'이라는 표현에 불만을 표하며 기자회견장을 박차고 나갔다. 내고향은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전에서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리유일 감독은 우승 소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당에 감사를 표하며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했지만, 한국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서는 오직 승리만을 위해 노력했다고 선을 그었다.

[OSEN=고성환 기자]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을 이끄는 리유일 감독이 기자회견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가 '북측'이라는 표현을 트집 잡아 기자회견을 끝내버렸다.

내고향은 23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전에서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트로피도 100만 달러(약 15억 원) 우승 상금도 내고향의 차지가 됐다. 내고향은 여러 논란을 뒤로 한 채 한국 땅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대형 인공기를 펄럭이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번 우승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챔피언스컵에 아시아 대표로 출전할 자격까지 얻었다.

내고향은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지난 17일 입국했다. 북한 여자 축구선수들이 한국을 방문한 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대표팀이 아닌 클럽팀의 방남은 사상 최초였다. 북한 스포츠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2018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첫 방한이다.

다만 내고향은 마치 홈 같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한국 클럽 수원FC 위민과 4강전부터 시민평화포럼, 자주평화통일연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등 200여 개 단체가 3000명 규모의 '수원FC 위민-내고향여자축구단 공동응원단'을 결성했기 때문. 심지어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 약 3억 원 범위 내에서 응원 물품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관중석을 찾은 이른바 공동응원단은 수원FC 위민의 페널티킥 실축에 기뻐하고, 내고향의 득점엔 환호하며 경기를 즐겼다. 이들은 결승전에서도 내고향을 향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고, 일부 인원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생긴 대북 제재 조치인 5.24 조치를 해제하라는 문구가 적힌 걸개를 꺼내 들었다가 제지당하는 추태까지 보였다.

물론 리유일 감독은 이들에 대한 언급은 일절 피했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그는 기자회견에서 "창단한 지 14년밖에 안 된 내고향이 아시아 1등이 됐다"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당에 감사를 표한 뒤 "어려운 고비들을 이겨내면서 지휘에 따라준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리유일 감독은 "AFC 조치로 여기에 와서 경기했다"라며 "나는 물론 우리 선수들 모두가 오직 오늘의 승리만을 위해 분과 초를 아껴가면서 노력했다. 그래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오직 축구, 우승, 우리의 발전에만 신경 썼다. 기타 이런저런 일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답했다.

굳은 표정으로 답변하던 리유일 감독은 돌연 기자회견을 중단시켜버렸다. 그는 "북측 여자축구는 과거부터 수준이 높다"라는 한국 미디어의 표현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북측'이라는 호칭을 문제 삼은 것.

그러자 내고향 측 통역관은 "국호를 제대로 해달라"며 "저 사람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리유일 감독의 뜻을 전했다. 그래놓고 유일 감독은 어떻게 부르면 되겠냐는 기자의 말도 무시한 채 자리를 박차고 떠나버렸다. 이후 내고향 선수들도 아무 말 없이 믹스트존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끝까지 배려는 없었던 내고향이다. 리유일 감독은 수원FC 위민과 4강전 기자회견에서도 질문 하나만 더 받겠다며 일방적으로 종료 의사를 표했고, 마지막 기자회견까지 훌쩍 떠나버렸다. 단독 숙소를 쓰고 싶다는 내고향 측의 특별 요청 때문에 원래 쓰던 호텔까지 내준 수원FC 위민의 배려만 무색하게 됐다.

한편 리유일 감독은 3년 전에도 비슷한 전력이 있다. 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8강전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측"이라는 한국 기자의 표현에 "북측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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