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해결사 오현규(베식타시)가 고열을 이겨내고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며 홍명보호를 구했다. 4년 전 카타르 무대에서 등번호 없이 예비 선수로 묵묵히 형들을 도왔던 막내가 어느새 대역전극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랭킹 25위)은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체코(41위)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후반전 선제 실점을 극복하고 황인범(페예노르트)과 오현규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역전극의 정점에는 오현규가 있었다.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23분 손흥민(LAFC) 대신 교체 투입된 오현규는 후반 35분 황인범(페예노르트)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정교한 오른발 크로스를 문전으로 매섭게 쇄도하며 오른발로 정확히 밀어 넣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오현규는 월드컵 데뷔전 데뷔골의 감격에 젖어있었다. 그는 "4년 전에 제가 꿈꿨던 대로 이런 첫 경기에서 득점을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기쁘고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워낙 경기에 몰입했던 탓에 완벽했던 결승골 순간은 잔상으로만 남아있었다. 오현규는 "사실 기억이 잘 안 나는 것 같다"며 "내가 어떻게 골을 넣었는지, 경기 뛰는 내내 어떻게 뛰었고 어떻게 골을 넣었는지 자세하게 기억이 하나도 안 나서 영상을 보고 나서야 '아, 이렇게 골이 들어갔구나'라고 알았다"고 했다.
사실 오현규의 이날 출전과 활약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경기 직전 몸 상태가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오현규는 "갑자기 점심을 먹고 나서 열이 엄청나게 올랐다. '내가 오늘 경기를 뛸 수 있을까'라는 등 많은 의구심이 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오늘 이렇게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의무팀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긴장감 때문에 열이 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닌 것 같고, 오늘 이렇게 골을 넣으려고 액땜하느라 아팠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사령탑의 든든한 신뢰와 4년 전 예비 선수로서의 소중한 경험은 오현규가 그라운드 위에서 춤출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오현규는 "홍명보 감독님께서 들어가기 전에 정말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주시면서 '들어가서 슈팅을 많이 때려라'라고 말씀해 주셔서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라며 "월드컵 첫 무대이지만 4년 전에 가까이서 형들의 모습을 보며 경험했던 것이 있어서 들어가서 떨지 않고 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명보호가 대회를 앞두고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등에서 오랫동안 공들인 고지대 적응 훈련 비화도 공개했다. 오현규는 "솔트레이크부터 계속 준비해 오면서 정말 힘든 훈련을 다 이겨내며 해왔는데, 그것이 우리의 피가 되고 살이 됐다"며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때 감독님께서 고생한 만큼 꼭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승리라는 보상을 받아 정말 행복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오현규는 "가족들이 하던 가게를 한 달 정도 쉬시고 여기까지 응원을 오셨는데, 제 골을 직접 보여드려 기쁘다"며 "앞으로 한 달 뒤에 한국에 돌아가서도 부모님이 가게 문을 다시 안 열어도 될 수 있게, 남은 경기에서 더 잘해서 꼭 편하게 모시겠다. 내가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감사하다"고 애틋한 효심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