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겨라! 제발!"... '도대체 왜' 멕시코 사람들이 광란에 빠졌나 [과달라하라 IN]

과달라하라(멕시코)=박건도 기자
2026.06.15 10:24
멕시코 과달라하라 리베라시온 광장 팬 페스타에서 현지 관중들이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네덜란드와 일본의 경기를 시청하며 일본을 열렬히 응원했다. 멕시코 팬들은 폭우 속에서도 자국팀을 응원하듯 일본을 연호했으며 일본이 동점골을 터뜨릴 때마다 광란에 가까운 환호를 보냈다. 현지 팬은 아시아를 사랑하며 축구를 통해 국경을 넘어 우정을 나누는 친구 사이이기 때문에 일본을 응원했다고 밝혔다.
일본과 네덜란드의 경기를 보기 위해 리베라시온 광장에 모인 축구팬들. /사진=박건도 기자

과달라하라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리베라시온 광장 팬 페스타 현장에서 아주 흥미롭고 이색적인 광경이 포착됐다. 대형 스크린을 가득 메운 대다수의 멕시코 현지 관중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일본 대표팀을 향해 일방적이고도 열렬한 응원을 보낸 것이다.

14일 오후(현지시간) 리베라시온 광장 팬 페스타의 대형 스크린에는 미국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네덜란드와 일본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경기가 상영됐다. 멕시코 축구팬들은 경기 시작부터 일제히 일본의 편에 섰다.

이들은 경기 중간중간 스페인어로 일본을 뜻하는 "하폰(Japon)!"을 연호하며 피치 위 일본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반면 네덜란드가 날카로운 공격을 전개하거나 일본의 골문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 때마다 광장에는 야유와 탄식이 쏟아졌다.

현지 팬들의 응원 열기는 날씨마저 집어삼켰다. 경기 중반에는 과달라하라 특유의 억수 같은 폭우가 약 30분간 세차게 쏟아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광장 중앙 지역에 모인 수많은 관중은 피하거나 우산을 쓰기는커녕,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90분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광장 한복판에서 이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본 본 기자 역시 꼼짝없이 비에 쫄딱 젖은 채 취재를 이어가야 했을 정도로 현장의 몰입도는 엄청났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추정되는 리베라시온 광장 주변 상점의 조형물. /사진=박건도 기자

쏟아지는 빗속에서 치러진 경기는 그야말로 혈투였다.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가운데 후반 5분 네덜란드의 버질 판다이크에게 헤더 선제골을 내주자 광장에는 짙은 아쉬움이 맴돌았다.

그러던 후반 12분 일본 나카무라 게이토의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동점골이 터지자 멕시코 관중들은 마치 자국팀이 골을 넣은 듯 환호했다. 후반 19분 네덜란드 크리센시오 서머빌에게 다시 추가골을 허용해 1-2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멕시코 팬들의 '하폰' 외침은 멈추지 않았다.

기어이 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가마다 다이치의 극적인 헤더 동점골이 터지자 리베라시온 광장은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극장골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와중에 몇몇 멕시코 관중들은 취재진을 향해 다가와 동양인 외모를 보고 "일본인이냐"고 물으며 반갑게 아는 척을 해오기도 했다. 이에 기자가 "코레아노(한국인)"라고 답하자,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일본이 네덜란드 상대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자 광란에 빠진 관중들. /사진=박건도 기자

경기가 2-2 무승부로 종료되자 광장에 모인 멕시코인들은 일제히 일본을 외치며 승점 1을 획득한 것에 기뻐했다.

축제 분위기는 경기 종료 후에도 이어졌다. 광장 한편에서 일본 유니폼을 입은 현지 일본인 축구팬이 발견되자, 흥분한 멕시코 관중들이 달려들어 그를 번쩍 들어 올리고 헹가래를 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함께 지켜본 멕시코 현지 팬에게 왜 이토록 일방적으로 일본을 응원했는지 묻자 뜻밖의 따뜻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멕시코인들은 아시아를 사랑한다. 한국인도 마찬가지다"라며 "우리 모두는 축구를 통해 국경을 넘어 우정을 나눠야 하는 친구 사이이기 때문"이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라 추정되는 리베라시온 광장 주변 조형물. /사진=박건도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