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장 떠난 LG 마운드에 나타난 '부처님'! LG 김진수, 150㎞도 안 되는 직구로 '어떻게' 염경엽 마음 사로잡았나

김동윤 기자
2026.06.23 13:56
LG 트윈스 김진수는 평균 시속 144의 직구 구속에도 불구하고 배짱 있는 투구와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필승조에 합류했다. 염경엽 감독은 마운드에서 당당한 김진수의 스타일을 높게 평가하며 선발 기용 가능성까지 열어두었다. 김진수는 임찬규를 롤모델로 삼아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피치 디자인을 연구하며 매 경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LG 김진수가 지난 18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났다. /사진=김동윤 기자

LG 트윈스 염경엽(58) 감독은 기본적으로 강속구 신봉자다. 변수를 줄이는 데 있어 제일 좋은 건 빠른 공에서 나오는 강력한 직구로 여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에겐 기회를 주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마무리 또는 필승조를 구성하는 데는 더욱 그렇다. 대표적으로 최고 시속 157㎞ 우완 파이어볼러 김영우(21)가 그렇게 데뷔 첫해부터 기회를 받았다. 물론 파이어볼러는 가뭄에 콩 나듯 나오기에 김진성(41), 유영찬(29) 등 확실한 결정구를 지닌 선수들도 한 축을 이룬다.

그런데 최근 LG 필승조에 이색적인 이름이 보인다. 이세초-군산중-군산상고-중앙대 졸업 후 2021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7순위로 LG에 입단한 우완 김진수(28)다. 김진수의 평균 직구 구속은 시속 144㎞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뛰어난 결정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 탓에 주로 퓨처스에서 머물렀고 지난 4월 11일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1군에 콜업됐을 때만 해도 한시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두 달 넘게 1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처음엔 추격조로만 나서더니 이젠 7~9회 후반에 나오는 것도 모자라 선발 기회까지 받았다. 23일 경기 전 기준 23경기 3승 3패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5, 28⅔이닝 9볼넷 18탈삼진으로 어느덧 필승조로 올라섰다.

배짱 있는 투구에 사령탑의 평가도 조금은 달라졌다. 염 감독은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에서 "내가 (김)진수 스타일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지난해부터 캠프에 데려간 것이 마운드에서 모습이 우리 중간 투수 중에서는 최고였다. 진수 평균 직구 구속이 보통 시속 144㎞ 정도다. 시속 148㎞는 어쩌다 한 번이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당당하다"고 칭찬한 바 있다.

실제로 마운드 위 김진수에게서는 표정 변화를 잘 찾아볼 수 없다. 오죽하면 일부 팬들 사이에서 '삼장법사' 유영찬이 떠나니 '부처님'이 온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LG 유영찬이 2024년 KBO 올스타전에서 삼장법사 코스프레를 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이 부분에 최근 광주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진수는 "뭐든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다. 스스로 매번 차분하게 가려고 노력하는데 겉으로 보기엔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김진수는 군산상고-중앙대 시절부터 그를 가르쳤던 지도자들에게 성품 하나는 1등으로 불렸던 선수였다. 항상 성실하고 묵묵하게 자기 할 일을 그의 모습에 올해 김진수의 선전을 응원하는 관계자들도 많다.

부친의 사업으로 일본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기본기를 중시하는 일본야구의 영향도 없진 않았다는 전언이다. 김진수는 "솔직히 일본에서 배운 것들이 영향이 아예 없었다곤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기본기를 많이 신경 썼고, 크게 장점이 없던 선수였다 보니 제구력을 항상 갈고닦았다"고 말했다.

안정된 제구를 바탕으로 모든 구종을 평균 정도는 던지다 보니 포수들도 리드하기 편하다. 여기에 몸쪽도 적극적으로 들어가는 공에 오히려 타자들이 타이밍을 빼앗긴다.

김진수는 "내가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니어서 예전에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캠프를 통해 코치님들의 조언을 받아 조금 더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를 넣게 됐다. 지금은 결정구를 보완하려는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강점을 가진 베테랑 임찬규(34)는 좋은 롤모델이다. 임찬규 역시 강속구를 잃어버린 후 변화구 피치 터널과 무브먼트에 초점을 맞춘 피치 디자인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LG 우완불펜 김진수가 지난 4월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힌 2026 KBO리그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 경기 중반 역투를 펼치고 있다. 2026.04.23.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김진수는 "(임)찬규 선배님이 기본적으로 정말 많은 노력을 하는 분이다. 어떻게 해야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고 유리하게 경기를 운영할지 아신다. 그 부분에 대해 항상 연구하고 노력하시고 또 내게 잘 알려주시는데 항상 새롭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존경할 만한 선수라고 생각해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서른에 가까워지는 나이지만, 아직도 성장을 멈출 생각이 없다. 김진수는 "내 첫 터닝 포인트는 대학교 1학년 때라 생각한다. 성균관대전이었고 선발이었던 형이 일찍 내려오게 돼 그 이후 이닝을 내가 책임졌다. 그때 잘 던진 게 기억에 남는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최근 KIA 원정 첫 경기(6월 16일 1이닝 퍼펙트)도 생각난다. 직전 경기가 선발로 나간 경기였는데, (박)동원이 형, (임)찬규 형과 (김)광삼 코치님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그 조언이 KIA전 때 빛을 발했다.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갔고 피치 디자인이나 투수 싸움에서도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조금씩 발전하는 김진수에 염경엽 감독은 선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김진수는 이미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선 선발로 돌아본 경험이 있다. 4~5선발이 흔들리는 LG에 김진수가 1+1 카드의 한 축이라도 돼준다면 큰 힘이 된다. 김진수는 "특별히 한 경기가 터닝 포인트가 돼서 좋아졌다기보단 모든 경기가 내겐 기회다. 그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매 경기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팀이 신뢰해주시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에 만족한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열심히 던진다"고 각오를 다졌다.

LG 우완투수 김진수가 17일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시범경기 KT위즈와 LG트윈스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역투하고 있다. 2026.03.17.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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