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에 진출했다. 아시아 팀으로는 대회 1호다. 32강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본의 완승을 기대했던 한국의 바람과 별개로, 일본은 1986년생 베테랑 나가토모 유토(FC도쿄)의 대기록까지 만들어주는 등 '여유'를 보였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26일(한국시간) 미국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스웨덴과 1-1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일본은 승점 5(1승 2무)를 기록, 네덜란드(승점 7)에 이어 조 2위로 32강에 진출했다. 32강 상대는 C조 1위 브라질이다.
이번 일본과 스웨덴의 경기는 한국에서도 관심도가 컸다. 전날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졸전 끝에 충격패를 당하는 바람에 조 3위로 밀린 탓이다. 한국은 12개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상위 8개 팀에 돌아가는 32강 진출권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본의 상대인 스웨덴은 한국의 직접적인 경쟁 팀이었다. 조 3위 경쟁에서 스웨덴을 제치기 위해서는, 일본의 스웨덴전 2골 차 이상 승리가 필요했다.
실제 일본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고 스웨덴을 흔들었다. 후반 11분엔 마에다 다이젠(셀틱)의 선제골까지 나오며 균형을 깼다. 그러나 6분 만에 동점골을 실점하며 다시 균형이 맞춰졌다. 한국으로선 일본이 다시 공세를 펼치며 점수 차를 벌려주기를 바라야 했다. 일본 역시도 조 2위에 머무르면 브라질과 32강에서 만나는 만큼, 네덜란드를 제치고 조 1위로 올라서기 위해선 다득점이 필요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은 안정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네덜란드가 튀니지에 3-1로 격차를 벌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실적으로 네덜란드를 제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결국 일본은 무게중심을 수비로 옮기기 시작했다. 1-1 무승부를 통한 조 2위 32강 직행에 집중하는 흐름이었다.
심지어 후반 30분엔 깜짝 교체카드마저 썼다. 핵심 윙백 나카무라 게이토(랭스)를 빼고, 1986년생 나가토모를 교체로 투입했다. 아직 월드컵 32강 진출이 확정이 된 상황이 아닌데도 모리야스 감독이 꺼내든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번 출전으로 나가토모는 각종 대기록을 세웠다. 일본은 물론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컵에 5회 연속 출전한 선수가 됐다. 또 39세 293일의 나이로 아시아 역대 최고령 월드컵 출전 선수 기록까지 세웠다. 한국이 애타게 지켜보던 경기, 일본축구 입장에선 레전드 선수의 대기록을 위한 무대가 됐다.
나가토모 투입 이후 일본은 더욱 수비에 무게를 뒀다. 일본의 2골 차 이상 완승을 기대하던 한국의 바람과 달리 후반 추가시간 막판엔 무리한 공격 대신 후방에서 공을 돌리는 여유까지 부렸다. 반전은 없었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일본은 조 2위로 32강에 진출했고, 동시에 나가토모의 대기록마저 만들었다. 스웨덴 역시 각 조 3위 중 최소 8위 이상 순위를 확보해 32강 진출을 확정했다. 반면 두 팀의 경기를 애타게 지켜본 한국만 씁쓸한 경기로 남았다. 홍명보호의 전날 남아공전 충격패에서 비롯된 굴욕적인 풍경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