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이후 처음' 팬들이 만들고 롯데가 답한 은퇴식, '평균 71안타' 정훈은 어떻게 주인공으로 퇴장했나 [부산 현장]

부산=김동윤 기자
2026.06.27 07:41
롯데 자이언츠의 정훈이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팬들의 요청과 구단의 화답으로 마련된 은퇴식에 참석했다. 육성선수 출신으로 16년간 롯데에서만 활약한 정훈은 통산 147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1과 1143안타 등의 기록을 남겼다. 이날 은퇴식에는 가족과 만원 관중이 함께했으며, 후배 나균안과 전민재의 활약으로 롯데가 승리하며 정훈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정훈이 26일 부산 LG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1군 1476경기 1143안타. 전 롯데 자이언츠 정훈(39)이 KBO 리그에 남긴 16년간의 기록이다. 우승 반지도, MVP도 없던 그를 위해 팬들은 은퇴식을 요청했고, 롯데는 기꺼이 응했다. 정훈 본인도 놀란 은퇴식이다.

정훈은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롯데-LG전을 앞두고 마련된 자신의 은퇴식에 참석했다. 롯데에서 열린 은퇴식이 열린 건 2022년 이대호(44) 이후 처음이었다.

아내와 두 아들을 비롯한 2만 3200명 만원관중이 모인 가운데 양 팀 선수단은 그라운드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야구 선배를 기렸다. LG는 주장 박해민이 대표로 꽃다발을 전달했고, 롯데는 황성빈의 주도 아래 정훈 이름의 패치를 얼굴에 붙이고 경기에 임했다. 전광판을 통해서는 전준우, 황재균, 손아섭, 강민호 등 전·현직 동료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이에 정훈은 끝내 "눈물 안 흘릴 것 같다"는 본인의 각오와 달리 울음을 터트렸다.

정훈은 양덕초-마산동중-용마고 졸업 후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육성 선수로 입단하며 프로 무대를 밟았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그는 2009시즌 종료 후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해서야 비로소 꽃피웠다. 2010년 1군 데뷔 후 2025년 은퇴하기까지 롯데에서만 147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1(4211타수 1143안타) 80홈런 532타점 637득점 76도루, 출루율 0.353 장타율 0.389의 기록을 남겼다.

정훈(왼쪽)이 26일 부산 LG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이대호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안타 수만 따지면 1군 16시즌 간 평균 71안타로 평범했다. 이에 정훈은 "사실 첫 번째 은퇴식을 준비할 때는 그냥 내가 이 팀에 오래 있어서 챙겨주신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은퇴식을 했던 분들과 결괏값만 놓고 봤을 때 내가 확실히 떨어진다고 생각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처음 은퇴식 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힘들게 야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위 대부분의 사람이 '고생했고, 열심히 잘 버텼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해줬다. 그동안 잘했다기보단 고생했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은 것 같다"고 주변의 반응도 전했다.

하지만 팬들과 롯데가 기억한 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팀이 필요할 땐 언제든 부름에 응했다. 그를 기억하는 주변 동료들과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성실했던 선수라고 말한다. 육성선수 출신임에도 16년간 프로 1군 무대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다.

정훈은 "육성선수는 초반 기회만 덜 받을 뿐이라 생각한다. 감독, 코치님 모두 야구를 오랫동안 하신 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육성선수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가치를 올리려고 한다면 기회가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내가 은퇴식을 할 수 있는 것도 야구에 대한 태도 덕분이라 생각한다. 팬분들이 좋아할 때도 욕할 때도 있었다. 그게 부담스러웠을 때도 있었지만, 유니폼을 벗어 보니까 그런 관심이 감사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롯데라서 (은퇴식도) 할 수 있었다. 롯데 팬분들이 은퇴식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해주셔서 이뤄질 수 있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롯데 정훈이 지난 2020년 7월 28일 부산 NC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치고 동료들에게 달려가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임팩트가 없던 것도 아니다. 2015년 3할 타율을 치며 주전 2루수로 활약했고, 2021년에는 14홈런 79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시즌도 보냈다. 정훈 본인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20년 7월 28일 부산 NC 다이노스전을 꼽았다.

당시 정훈은 NC가 9-8로 앞선 9회말 2사 1, 2루에서 원종현의 슬라이더를 통타해 좌측 담장 밖으로 넘겼다. 롯데의 11-9 승리를 이끄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끝내기 홈런이었다. 정훈은 "끝내기 홈런을 딱 한 번 쳐봤기 때문에 NC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프로 마지막 타석이 많이 기억난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한화 김서현 선수에게 삼진을 당했다. 그전에도 '이제 끝이겠다' 싶었는데 그 삼진으로 완벽하게 '정말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현재 SBS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살고 있는 정훈은 언젠가 현장으로의 복귀도 꿈꾼다. 정훈은 "현장에 대한 꿈은 분명히 있다. 그게 언제, 어느 시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경기는 마산용마고 후배 나균안의 7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 호투와 '트레이드 복덩이' 전민재의 3타수 2안타 3타점 활약으로 롯데가 3-2로 승리했다.

정훈(가운데)이 26일 부산 LG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롯데 선수단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경기 후에도 이어진 선수들의 헌사는 왜 정훈이 마지막 순간으로 주인공으로 퇴장할 수 있었는지 실감케 했다. 전민재는 "정훈 선배님의 은퇴식 경기에 승리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내가 지난해 롯데에 처음 왔지만, 정훈 선배님이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동안 경험하신 것을 바탕으로 한 조언이 지난 시즌 치르는 데 많이 도움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교 후배 나균안의 메시지는 더욱 절절했다. 나균안은 "고등학교 선배님이시자 롯데 선배님이신 정훈 선배님의 은퇴식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어 상당히 기쁘다. 용마고등학교를 다닐 때 정훈 선배님은 학생들의 우상이었고, 귀감이 되는 선수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기부도 많이 해주신 덕분에 후배들이 프로 선수로 잘 성장할 수 있었다. 사실 더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함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선배님은 그라운드를 떠나시더라도 투혼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잊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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