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초비상이다. 홍명보호가 32강에 오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이제 딱 1개만 남았다.
크로아티아는 28일(한국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L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날 같은 조 잉글랜드는 파나마를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잉글랜드가 2승 1무(승점 7)로 L조 1위를 차지했다. 잉글랜드는 오는 7월 2일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E·H·J·K조 3위 팀 중 하나와 32강을 치른다. 크로아티아는 2승 1패(승점 6)로 조 2위에 올라 32강에서 K조 2위와 맞붙는다.
가나는 1승 1무 1패(승점 4)로 조 3위로 밀려났지만, 조 3위 팀 순위에서 상위권에 자리하며 32강에 합류했다. 이번 대회는 각 조 1, 2위뿐 아니라 12개 조 3위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도 32강에 오른다. 파나마는 만만치 않은 팀들과 경쟁한 끝에 3전 전패(승점 0)로 조별리그 일정을 마쳤다.
한국 입장에서는 또 한 번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A조에서 1승 2패(승점 3), 2득점 3실점, 득실차 -1로 3위를 기록했다.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체코, 남아공과 경쟁한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A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던 최종 3차전 남아공전에서 0-1로 패했다. 결국 다른 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 됐다.
A조 조별리그가 끝났을 때만 해도 한국에는 여러 경우의 수가 남아 있었다. 남은 9개 조 가운데 3개 조에서만 한국에 유리한 시나리오가 나오면 32강 진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27일까지 끝난 6개 조에서 한국에 필요한 시나리오는 단 1개만 나왔다. 결국 28일 열리는 J조, K조, L조 등 남은 3개 조 가운데 2개 조가 한국에 유리하게 끝나야 했다.
하지만 L조에서마저 한국이 바라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 입장에서는 가나가 크로아티아를 잡아줘야 했다. 그래야 L조 3위 팀의 성적이 한국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크로아티아가 가나를 2-1로 꺾으면서 이 시나리오는 무산됐다. 크로아티아는 승점 6으로 조 2위에 올랐고, 패한 가나도 승점 4를 유지해 한국보다 앞섰다.
이제 한국은 K조와 J조 결과가 모두 유리하게 끝나야만 한다. K조에서는 현재 3위 콩고민주공화국(1무 1패·승점 1)이 최종전에서 4위 우즈베키스탄(2패·승점 0)을 이기지 못해야 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이 비기거나 패하면 K조 3위 팀은 한국보다 낮은 성적에 머물 수 있다.
J조도 한국에 유리하게 흘러가야 한다. 2위 오스트리아(1승 1패·승점 3)가 3위 알제리(1승 1패·승점 3)를 꺾어야 한다. 알제리가 패한다면 한국과 같은 승점 3에 머물지만, 득실차에서 한국이 앞설 가능성이 크다. 알제리는 현재 득실차 -3에 머물러 있고, 한국은 득실차 -1이다.
크로아티아는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레전드' 루카 모드리치, 마테오 코바시치 등 핵심 선수들이 선발 출전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가나는 4-1-2-3으로 맞섰다. 앙투안 세메뇨, 토마스 파티 등이 선발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반은 크로아티아의 몫이었다. 전반 17분 니콜라 블라시치의 낮게 깔린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갔다. 이후에도 크로아티아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모드리치의 정확한 킥을 앞세워 가나 골문을 위협했다. 계속된 공격 끝에 크로아티아가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31분 페타르 수치치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가나도 전반 40분 세메뇨가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골대 옆으로 살짝 빗겨갔다.
후반이 되자 가나가 라인을 끌어올리며 반격을 시도했다. 한국에는 좋은 흐름이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승리를 원하는 듯 후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효과는 있었다. 가나는 교체로 들어간 압둘 파타우 이사히쿠가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곧바로 세메뇨도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마지막 순간 발에 공이 제대로 닿지 않았다.
크로아티아는 가나의 공세를 막는 데 집중했다. 후반 11분에는 베테랑 모드리치가 페널티박스 안까지 내려와 몸을 날려 상대 크로스를 걷어냈다. 한국 팬들 입장에서는 얄미울 정도의 투혼이었다.
그래도 한국에 희망은 있었다. 후반 28분 프리킥 상황에서 데릭 루카센이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주심은 애초 오프사이드를 선언했지만, 비디오판독(VAR) 끝에 가나의 득점이 인정됐다. 이때만 해도 한국 입장에서는 가나의 추가골 하나만 더 필요했다.
하지만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후반 38분 크로아티아가 다시 앞서 나갔다. 코너킥 상황에서 모드리치가 정확한 킥을 올렸고, 블라시치가 헤더로 마무리해 가나 골망을 흔들었다. 크로아티아가 2-1로 앞서가는 순간, 한국의 경우의 수도 크게 흔들렸다.
가나는 막판까지 동점골을 노렸지만 끝내 크로아티아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크로아티아는 32강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고, 가나 역시 패했지만 승점 4로 조 3위 상위권에 들어 토너먼트 진출권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