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를 구걸하듯 매달렸지만, 끝내 기적은 없었다. 사상 최초 48개국 참가 체제로 문턱이 낮아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는 역사에 남을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아들며 결국 조기 탈락의 대참사를 맞이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A조에서 1승 2패(승점 3)를 기록하며 조 3위로 조별리그 일정을 마쳤다. 체코와의 1차전 승리(2-1)로 기분 좋게 출발할 때만 해도, 각 조 3위 팀 중 상위 8개 팀까지 32강 토너먼트행 막차를 탈 수 있는 이번 대회의 특성상 조별리그 통과는 수월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대진운마저 역대급이었다. 포트 1에서 최강국들을 피하고 개최국 멕시코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체코와 최약체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모두 할 만한 상대로 묶이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이러한 하늘이 준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멕시코전(0-1)에 이어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에 갈 수 있었던 남아공과 최종 3차전에서마저 0-1로 참패를 당했다.
전술 부재와 공수 붕괴 속에 실리와 결과를 모두 놓친 채 무득점 패배로 일관한 대가는 참혹했다.
자력 진출 루트를 폭파한 뒤 돌입한 벼랑 끝 경우의 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 축구를 조롱했다. 에콰도르, 스웨덴, 파라과이, 이란 등이 차례로 승점을 챙기며 한국을 밀어냈고, 한국은 조 3위 팀 간 순위 싸움에서 진출 마지노선인 8위까지 아슬아슬하게 추락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날에도 반전은 없었다 L조 최종전에서는 한국이 바라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나가 크로아티아를 잡아줘야 했으나, 크로아티아가 가나를 2-1로 제압하면서 이 시나리오마저 완벽하게 무산됐다. 승점을 쌓은 크로아티아(승점 6)와 가나(승점 4)가 모두 한국을 추월하면서, 한국의 32강 진출 확률은 17.84%까지 와르르 폭락하며 탈락의 외통수에 걸렸다.
끝내 K조에서 우즈베키스탄이 콩고민주공화국을 꺾는 바늘구멍 같은 확률에 목을 맸지만, 이미 2패로 탈락이 확정된 우즈베키스탄은 동기부여가 충만한 콩고에 1-3 대역전패를 당하며 홍명보호의 마지막 희망 고리마저 끊어버렸다.
결국 이변 없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며 홍명보호의 북중미 여정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피날레로 막을 내렸다. 사상 첫 48개국 월드컵이라는 유례없는 기회 속에서도 전술적 오판과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한 한국 축구는, 결국 토너먼트 무대조차 밟지 못한 채 48개국 중 32위권 부근이라는 역대 가장 부끄러운 이정표를 남기며 세계 축구 변방으로 후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