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치욕적 일수가' 홍명보호 2기 처참한 결말... '역대급 꿀조' 천운마저 걷어 차버린 '흑역사 되풀이' [월드컵 현장 이슈]

과달라하라(멕시코)=박건도 기자
2026.06.28 13:02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를 기록하며 조 3위로 탈락했다. 체코전 승리 이후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이어 패배했으며, 홍 감독은 날씨와 심리적 부담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타 조의 결과에 따른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지면서 한국 축구는 48개국 체제의 수월한 조 편성에도 불구하고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이 남아공전 패배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미소지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명예회복을 장담하며 다시 한번 대한민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았던 사령탑은 12년 전 브라질에서의 참혹한 실패를 북중미 무대에서 그대로 되풀이하며 완벽하게 고꾸라졌다. 이번에도 전술적 무능과 무기력한 졸전으로 일관하며 대참사를 자초한 홍명보 감독은 벼랑 끝에 몰린 순간까지 안이한 희망 사항을 내비쳤지만, 끝내 생존 불씨는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사상 최초로 48개국 참가 체제로 개편되면서 토너먼트 진출 문턱이 역대 가장 낮아진 이번 대회는 한국 축구에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기회였다. 특히 포트 1에서 최강국들을 피하고 개최국 멕시코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체코와 최약체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한 조에 묶이며 그 어느 때보다 수월한 조 편성을 받아들였다.

1차전 체코전 승리(2-1)로 출발할 때만 해도 32강 진출은 기정사실로 보였지만, 홍명보호는 이 기회를 보란 듯이 날려버렸다. 멕시코전(0-1)에 이어 비기기만 해도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었던 남아공과의 최종전에서조차 0-1로 무기력하게 무너지며 변명의 여지 없는 졸전 끝에 조 3위로 추락했다.

남아공전 참패 직후에도 홍명보 감독은 평정심을 애써 찾으려는 모습이었다. 그는 남아공과 경기 다음 날 인터뷰엣 "어떻게든 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남은 기간 잘 추슬러 32강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선수들도 다시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 /사진=김진경 대기자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심지어 홍 감독은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준비한 만큼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준비를 시킨 감독의 역할이 잘못됐다고 얘기해도 전혀 문제없다"며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왜 갑자기 이런 경기력이 나왔는지 나를 포함해 코칭스태프도 당황스럽다. 데이터상 체력적 차이가 없는데 눈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느리고 뛰지 않는 것처럼 보인 이유를 딱 꼬집어 설명하기 쉽지 않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무더운 몬테레이의 날씨 등 환경적인 요인이 적응에 어려움을 준 것 같다"며 심리적인 부담감과 날씨를 핑계로 삼았다.

축구계 안팎에서 제기된 팀 내 불화설에 대해서는 "선수단 내부의 어떤 불협화음이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대표팀은 분위기가 아주 좋은 편"이라고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침묵을 지킨 손흥민에 대해서도 "체력적 부담과 무더운 날씨를 감안해 나중에 투입하려 했던 것"이라며 "손흥민은 공간을 열어주며 본인의 임무를 항상 잘 해내고 있다"고 두둔했다. 상대가 전술을 간파했다는 지적에도 "유기적으로 해온 전술 틀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선수단에 오히려 독이 된다"며 기존의 방식을 고집했다.

하지만 사령탑의 이러한 안이한 기대와 달리 냉정한 현실의 희망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별리그가 끝난 직후만 해도 여러 경우의 수가 남아있었으나, 타 조에서 이변이 속출하면서 한국에 필요한 시나리오는 단 1개만 발현된 채 와르르 무너졌다. 에콰도르, 스웨덴, 파라과이, 이란 등이 차례로 승점을 챙겨 안착하면서 한국의 진출 확률은 순식간에 폭락을 거듭했다.

오현규(가운데)와 홍명보(오른쪽)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마지막 불씨를 걸었던 K조 최종전에서마저 우즈베키스탄이 콩고민주공화국에 1-3으로 대패하며 마지막 탈락 방지 시나리오는 무산됐다. 홍 감독이 내심 기대하던 기적과 희망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결국 이변 없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며 홍명보호의 북중미 여정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역사에 남을 부끄러운 참사로 마침표를 찍었다. 사상 첫 48개국 월드컵이라는 역대 가장 수월했던 무대에서조차 무기력한 2연패 굴욕을 당한 한국 축구는, 토너먼트 무대 구경도 하지 못한 채 짐을 싸게 됐다.

그렇게 명예회복을 장담했던 홍명보 감독은 12년 전 브라질에서의 참패를 더욱 치욕스러운 형태로 되풀이하며 한국 축구에서 참혹하게 고꾸라진 사령탑으로 남게 됐다.

고개 숙인 홍명보(오른쪽) 감독의 모습.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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