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는 우리 레전드, 괴롭히지 말라" 日 유명인들이 감쌌다... 이재명 대통령 비판에도 '물음표'

이원희 기자
2026.06.29 19:29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홍 감독을 무능하다고 비판하며 이번 실패가 조직과 인사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다마가와 도루와 고노 다로 등 유명 인사들은 국가 지도자의 비판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홍 감독을 옹호했다.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 홍명보 감독이 남아공에 0-1로 패색이 짙어지자 당혹해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 홍명보 감독 남아공 타펠로 마세코가 첫 골을 터뜨리자 허탈한 표정으로 위고 브로스 감독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일본 유명 인사들이 사퇴 의사를 밝힌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감쌌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의 강한 비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29일(한국시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홍 감독을 향한 이 대통령의 비판에 일본 유명인들도 잇따라 의문의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이 대통령은 사퇴를 발표한 홍 감독을 향해 '무능'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혹평하고 질책하는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도 유명 인사들을 중심으로 의문과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이날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1월 열리는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였다. 하지만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한국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멕시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A조에 묶였다. 조 추첨 직후 비교적 수월한 상대를 만났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지만, 결과는 1승 2패(승점 3) A조 3위였다. 한국은 1차전에서 체코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지만, 이후 멕시코와 남아공에 연달아 0-1로 패했다.

특히 조별리그 최종 3차전 남아공전 패배가 치명적이었다. 한국은 남아공과 비기기만 해도 A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최소한의 결과도 만들지 못한 채 무너졌다.

이번 대회는 조 1, 2위뿐 아니라 각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도 32강에 오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조 3위 순위에서도 10위에 그쳤다. 결국 한국은 48개 팀 가운데 최종 성적 34위로 이번 월드컵 여정을 쓸쓸히 마쳤다.

앞서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전임 명예 프로축구단장이자 심정적 붉은악마로서 예상 밖 결과에 당황을 넘어 황당함을 느낀다"며 "국민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은 "결국 인사가 만사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퇴 의사를 밝히는 홍명보 감독. /사진=뉴시스 제공
이재명 대통령. /사진=뉴시스 제공

닛칸스포츠는 이 대통령의 글을 소개하며 "이례적인 글을 남겼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 유명 인사들도 홍 감독을 두둔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전 TV아사히 직원이자 시사평론가인 다마가와 도루는 TV아사히 프로그램 '하토리 신이치 모닝쇼'를 통해 "실망스럽다, 아쉽다는 말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국가 원수이자 최고 지도자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비방에 면죄부를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결국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 '무능한 지휘관을 선임하면'이라고 했는데, 이게 한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모두가 함께하는 스포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런 건 용납할 수 없다. 이런 식의 발언을 하는 지도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축구 레전드 출신인 홍 감독은 선수 시절 일본 J리그에서도 활약했다. 1997년 벨마레 히라쓰카, 1999년 가시와 레이솔에서 뛰며 일본 축구와도 인연을 맺었다. 매체는 "이 때문에 당시 팀과 인연이 있는 일본 유명 인사들도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2026 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A조 최종 순위. /사진=AI 제작 이미지.

벨마레 응원 프로그램 MC를 맡은 적이 있는 칼럼니스트 에노키도 이치로도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의 글을 반박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아니다. 명보, 일본에 오면 된다. 당신의 투지를 J리그 서포터들은 잊지 않는다"고 적었다.

쇼난 벨마레 전 대표이사 회장인 고노 다로 중의원 의원도 "우리 OB인 홍명보를 괴롭히지 말라"는 짧은 글로 홍 감독을 향한 과도한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분명한건 홍 감독은 지도자로서 다시 한 번 뼈아픈 실패를 경험하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두 번째 월드컵 도전 역시 실패로 끝났다.

일본의 고노 다로 의원. /AFPBBNews=뉴스1
홍명보 감독이 사퇴를 선언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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