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나가" 외침에도 고개 든 사령탑, 손흥민은 연신 고개 숙였다... 월드컵 참사 후 엇갈린 귀국길

이원희 기자
2026.07.01 07:45
홍명보 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최종 34위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사를 겪고 귀국했다. 홍 전 감독의 귀국 현장에서는 팬들의 심한 욕설과 비난이 쏟아졌으며 별도의 공식 행사 없이 입국이 진행됐다. 반면 손흥민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의 귀국길에는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고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전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손흥민(가운데). /사진=뉴시스 제공

전날과 180도 다른 귀국길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LAFC)이 팬들의 환호 속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손흥민을 비롯해 엄지성(스완지 시티), 김승규(FC 도쿄), 이재성(마인츠), 송범근(전북 현대), 이한범(미트윌란), 이기혁(강원FC) 등 일부 대표팀 선수들은 1일 오전(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은 나뉘어 귀국했다. 전날인 6월 30일에는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 등이 먼저 입국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홍 전 감독의 귀국 현장에서는 심한 욕설과 비난이 쏟아졌다. 이른 시간인데도 300여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렸고, 대표팀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홍명보 나가"라는 외침과 함께 거친 욕설이 이어졌다.

홍 전 감독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한 채 출구 쪽으로 향했다. 일부 축구팬들은 홍 전 감독과 선수단이 버스에 몸을 싣는 순간까지도 "홍명보 나가"를 외치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욕설과 비속어가 섞인 고성도 계속됐다.

하지만 손흥민의 귀국길은 달랐다. 이날 손흥민 등 대표팀 선수들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축구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일부 팬들은 "사랑한다"고 외치며 대표팀 선수들을 향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이에 손흥민과 엄지성 등은 축구팬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팬들의 환영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이번 북중미 월드컵 부진에 대한 미안함이 함께 담긴 인사로 풀이된다.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며 불명예 퇴진한 축구대표팀 홍명보 전 감독이 조현우, 이강인, 김민재 등 선수들과 함께 30일 오전 인천공항 제2청사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홍감독은 미디어접촉없이 아무런 얘기도 남기지않고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입국 현장에 모인 축구팬들. /AFPBBNews=뉴스1

홍명보 전 감독이 이끈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월드컵 역대 최저 순위인 최종 34위를 기록,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사를 겪었다.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해볼 만한 상대들과 함께 A조에 묶였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결과는 1승 2패, A조 3위였다. 특히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A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던 최종 3차전 남아공전에서 0-1로 패해 치명타를 입었다.

이번 대회는 조 1, 2위뿐 아니라 각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도 32강에 오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조 3위 순위에서도 10위에 그쳤다. 결국 토너먼트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북중미 월드컵 여정을 마쳤다. 홍 전 감독도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발표했다.

하지만 홍 전 감독을 향한 축구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이번 대표팀은 별도의 해단식이나 귀국 행사, 미디어 활동 없이 입국했다.

입국하는 손흥민(가운데). /사진=뉴시스 제공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별도의 공식 행사 없이 대표팀이 귀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전 감독이 처음 대표팀을 지휘했던 2014 브라질 월드컵 때도 귀국 행사는 진행됐다. 당시 대표팀은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일부 팬들은 인천공항에서 선수단을 향해 "국민의 마음"이라며 호박엿을 던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에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당시 신태용 감독과 선수단을 향해 일부 팬들이 계란을 투척했다. 이번에는 욕설과 비속어가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전날 홍 전 감독의 귀국길에는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공항 빠져나가는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강영조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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