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로 끌려가던 벼랑 끝에서 같은 팀 선수들끼리 격하게 충돌했다. 그런데 이들은 후반 종료 직전 뜨겁게 포옹했다. 벨기에의 유리 틸레만스(애스턴 빌라)와 레안드로 트로사르(아스널)가 벨기에의 대역전승을 합작했다.
벨기에는 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네갈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벨기에는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오는 7일에는 공동 개최국 미국과 16강 맞대결을 치른다.
극적인 승부였다. 벨기에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전반 24분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6분 추가골까지 허용했다. 0-2. 벨기에는 또 한 번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조기 탈락할 위기에 몰렸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틸레만스와 트로사르가 경기력과 호흡 문제를 두고 격한 언쟁을 벌인 것이다. 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때는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나폴리)가 두 선수를 말려야 할 정도였다. 루디 가르시아 벨기에 대표팀 감독도 틸레만스와 트로사르를 진정시켜야 했다.
로이터통신은 "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가르시아 감독이 선수들을 정비하고, 경기 흐름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처럼 보였다"면서도 "하지만 가르시아 감독이 해야 했던 일은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보다 틸레만스와 트로사르를 진정시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두 선수는 격한 말다툼을 벌였고, 동료들이 둘을 떼어놓아야 했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무기력하고 생기 없는 경기력 속에서 벨기에가 보여준 가장 큰 투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충돌은 오히려 벨기에를 깨우는 장면이 됐다. 이후 벨기에의 경기 흐름이 달라졌고, 그토록 기다리던 골이 터지기 시작했다.
벨기에는 후반 41분 루카쿠의 골로 추격을 시작했다. 루카쿠는 문전에서 침착하게 기회를 마무리하며 세네갈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44분에는 극적인 동점골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주인공은 조금 전 격하게 충돌했던 틸레만스와 트로사르였다. 트로사르가 왼쪽 측면에서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틸레만스가 이를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쟁을 벌였던 두 선수가 이번에는 벨기에를 구해냈다. 동점골 직후 틸레만스와 트로사르는 뜨겁게 포옹했다. 벨기에가 탈락 직전에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끝도 틸레만스가 책임졌다. 벨기에는 연장 후반 추가시간 5분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고, 키커로 나선 틸레만스가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벨기에는 0-2 열세를 뒤집고 3-2 대역전승을 거뒀다. 틸레만스와 트로사르는 승리의 미소로 세네갈전을 마쳤다.
벨기에는 여전히 우승후보로 평가받지만, 이전과 비교해 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실제로 벨기에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메이저 대회 토너먼트에서 단 한 번밖에 승리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연기돼 열린 유로 2020 16강에서 포르투갈을 꺾은 것이 전부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도 겪었다.
이번 대회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세네갈전에서도 경기 대부분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벨기에는 극적인 역전승을 통해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로이터도 "세네갈전 대부분의 경기력만 놓고 보면 벨기에가 2018년 전성기 시절로 돌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당시 4강 진출 여정도 일본을 상대로 0-2 열세를 뒤집고 경기 막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시작됐다는 점을 떠올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 후 가르시아 감독은 "루카쿠가 두 선수를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모습을 좋아한다"며 "그것은 우리 팀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틸레만스와 트로사르는 벨기에 대표팀의 핵심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정말 이기고 싶어 한다. 솔직히 왜 다퉜는지는 나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그런 모습이 좋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정말로 흐름을 바꾸고 싶어 하는 선수들을 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