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선임, 내가 주도했다" 월드컵 참사 직후 '깜짝 해외 취업'... 韓 축구 리더들 연일 '도피 논란' [월드컵 이슈]

박건도 기자
2026.07.08 06:01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가 홍명보 전 감독 선임 논란과 위증 혐의 속에서 캄보디아 나가월드FC의 테크니컬 디렉터로 부임했다. 홍명보 전 감독 또한 월드컵 탈락 이후 구체적인 분석 없이 사퇴한 뒤 미국 LA 자택으로 떠나 도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몽규 회장 역시 13년여 만에 사임서를 제출했으나 퇴임 입장문에서 본인의 치적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았다.
캄보디아 나가월드FC 테크니컬 디렉터로 선임된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사진=나가월드FC SNS 캡처

대한민국 축구계 리더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홍명보 전 감독 선임 논란의 주역인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한국 축구가 극심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기만적인 잠행을 이어가다 결국 타국 구단으로 도피성 취업을 선택했다.

캄보디아 프로축구 나가월드FC는 6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이임생 전 기술이사를 새로운 테크니컬 디렉터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이임생 신임 디렉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프로 코치 코칭 강사 이력과 1998 프랑스 월드컵 출전 경험 등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이 전 이사의 해외 부임 소식은 한국 축구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대참사 이후 거센 후폭풍에 직면한 직후 전해졌다. 홍명보 전 감독이 거센 비판 속 입국 이틀 만에 가족이 있는 미국 LA로 떠나고, 정몽규 회장마저 사임서를 제출한 와중에 이 전 이사 역시 한국을 등지고 캄보디아로 향한 셈이다.

이임생 전 이사가 보여온 무책임한 행보는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024년 정해성 위원장 사임 후 작업을 이어받아 홍 감독 선임을 주도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북중미월드컵 조별예선 탈락한 축구대표팀 홍명보 전 감독이 전격 사퇴한 후 선수단과 함께 귀국한 가운데 정몽규 KFA회장도 30일 오전 인천공항 제2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북중미월드컵 조별예선 탈락한 축구대표팀 홍명보 전 감독이 전격 사퇴한 후 선수단과 함께 귀국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당시 이 전 이사는 홍 감독에게 약 20억 원에 달하는 고액 연봉을 보장해 주며 "홍명보 감독 선임은 내가 홀로 주도했다. 한국 감독들도 외국 감독 못지않게 대우받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홍 감독의 비대칭 스리백 전술 등을 치켜세우며 전권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후 불공정 논란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질타를 받자 눈물까지 흘리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특히 면담 과정에서 이임생 전 이사는 최영일 부회장이 동행했음에도 "둘이서만 만나 대화했다"라고 국회를 상대로 뻔뻔한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 위증 혐의로 고발당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간 장본인은 월드컵 탈락 이후 축구계의 비판 여론 속에서 사과 한마디 없이 캄보디아 구단행을 택하며 축구 팬들을 완벽히 기만했다.

이 전 이사가 데려온 홍명보 전 감독 역시 참패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나 복기 없이 멕시코 베이스캠프에서 고작 2분도 채 안 되는 독백 입장문만 남긴 채 사퇴하더니, 곧바로 LA 자택으로 피신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정몽규 회장 역시 만 13년 5개월여 만에 사임서를 제출하며 불명예스럽게 수장직에서 물러났다. 대한축구협회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 회장이 사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후반전 선제골을 허용하며 남아공에 0-1로 패해 조3위에 머문 대표팀, 남아공전 관전하는 정몽규 KFA회장. /사진=김진경 대기자

정 회장은 퇴임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반성보다는 본인의 치적을 은근히 내세우는 사과문 행태로 빈축을 사고 있다. 정 회장은 입장문에서 "대한축구협회장이라는 중책을 맡는 동안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과 영광만을 바라보며 달렸다"며 "때로는 기대에 부응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해 자신이 재임 기간 거두었던 과거의 성과와 잘했던 적도 있었다는 부분을 굳이 강조했다.

최악의 참사로 축구판이 무너진 상황에서조차 "모든 영광과 성과는 선수들과 팬 여러분 덕분"이라면서도 본인의 공로를 슬쩍 끼워 넣은 무책임한 퇴장 방식이다. 그동안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등 각종 대참사 때마다 숨기에 급급했던 정 회장은 이번에도 씁쓸한 변명만 남긴 채 무대 뒤로 사라졌다.

감독 선임을 주도한 핵심 책임자는 캄보디아로 숨어버렸고, 그가 데려온 사령탑은 미국 자택으로 도망쳤으며, 행정 수장은 과거 잘했던 시절을 들먹이는 사임서 한 장을 던지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며 불명예 퇴진한 축구대표팀 홍명보 전 감독이 조현우, 이강인, 김민재 등 선수들과 함께 30일 오전 인천공항 제2청사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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