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가 또 한 번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는다. 같은 리그 소속 애스턴 빌라의 '에이스' 모건 로저스(23)를 무려 1억1700만 파운드(약 2350억 원)에 영입하기로 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18일(한국시간) "첼시가 로저스 영입을 위해 애스턴 빌라와 기록적인 이적료 1억1700만 파운드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같은 소식을 알렸다. 또 사실상 이적 확정을 뜻하는 시그니처 문구 '히어 위 고(Here We Go)'를 붙였다.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로저스는 첼시와 6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계약서에는 1년 연장 옵션도 포함돼 최대 7년 동안 첼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매체는 "잉글랜드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돌아오는 대로 로저스가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로저스가 첼시 유니폼을 입으면 이적료와 관련한 여러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먼저 EPL 역대 이적료 2위에 이름을 올린다. 지난해 리버풀은 독일 국가대표 플로리안 비르츠를 영입하면서 레버쿠젠에 1억1650만 파운드(약 2335억 원)를 지불했다. 로저스는 비르츠의 이적료를 넘어 이 부문 2위에 오르게 된다.
EPL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은 리버풀 공격수 알렉산데르 이삭이 보유하고 있다. 이삭은 지난해 뉴캐슬을 떠나 리버풀로 이적하면서 1억2500만 파운드(약 2500억 원)를 기록했다.
로저스는 영국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 신기록도 세운다. 최근 엘리엇 앤더슨이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면서 1억1600만 파운드(약 2325억 원)를 기록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로저스가 이를 넘어설 전망이다.
스카이스포츠는 "맨시티가 노팅엄 포레스트에 앤더슨의 이적료로 1억1600만 파운드를 지급하면서 영국 선수 최고 이적료 기록이 이미 한 차례 경신됐다"면서 "로저스는 잉글랜드 대표팀 동료인 앤더슨을 넘어 역대 가장 비싼 영국 선수가 된다"고 전했다.
첼시 구단 최고 이적료 기록도 새롭게 작성한다. 종전 기록은 첼시가 2023년 브라이턴에서 모이세스 카이세도를 영입하며 지급한 1억1500만 파운드(약 2300억 원)였다. 로저스가 3년 만에 카이세도를 제치고 첼시 역사상 가장 비싼 선수가 되는 셈이다.
애스턴 빌라는 엄청난 이적 차익을 남기게 됐다. 빌라는 2024년 미들즈브러에서 뛰던 로저스를 단 1600만 파운드(약 320억 원)에 영입했다. 불과 2년 만에 7배가 넘는 금액을 받고 판매하게 됐다.
로저스의 전 소속팀 미들즈브러도 대박을 터뜨렸다. 미들즈브러는 로저스를 애스턴 빌라에 매각할 당시 향후 이적료의 일부를 받는 셀온 조항을 삽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이적이 완료되면 약 2030만 파운드(약 410억 원)를 추가로 받는다.
미들즈브러는 2023년 맨시티에서 뛰던 로저스를 영입하면서 단 110만 파운드(약 22억 원)를 지불했다. 애스턴 빌라로부터 받은 기존 이적료와 이번 셀온 금액을 합치면 로저스를 통해 총 7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게 된다.
로저스는 지난 시즌 애스턴 빌라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2025~2026시즌 공식전 55경기에 출전해 14골 12도움을 기록했다. EPL에서는 37경기 10골 6도움을 올리며 빌라의 리그 4위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 확보에 힘을 보탰다.
유로파리그에서도 15경기 3골 6도움을 기록하며 빌라의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프라이부르크와의 결승전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뜨렸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UEFA가 선정한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도 이름을 올렸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주전급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2002년생인 로저스는 이미 A매치 22경기를 소화했다.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6경기에 출전하며 잉글랜드의 최종 3위에 힘을 보탰다.
당초 로저스와 가장 강하게 연결된 구단은 첼시가 아닌 2025~2026시즌 EPL 우승팀 아스널이었다. 아스널은 로저스를 올여름 최우선 공격수 영입 대상으로 낙점했지만, 첼시가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어 최종 승자가 됐다.
로저스와 애스턴 빌라의 계약은 2031년까지였다. 빌라로서는 당장 핵심 선수를 매각해야 할 이유가 없었지만, 첼시가 거절하기 어려운 천문학적인 제안을 내놓으면서 결국 판매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스포츠는 "아스널은 로저스에게 이 정도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없었다. 이에 로저스는 첼시 이적을 앞두게 됐다"며 "로저스가 애스턴 빌라에 남거나 아스널로 이적했다면 다음 시즌 UCL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럽대항전에 나서지 못하는 첼시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첼시는 지난 시즌 리그 10위에 그치는 등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최근 몇 년간 여러 사령탑이 경질되거나 팀을 떠나는 혼란도 이어졌다. 올여름에는 사비 알론소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며 명가 재건에 나섰다. 여기에 EPL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이적료를 들여 로저스를 품으면서 알론소 감독에게 확실한 힘을 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