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연장 혈투 끝에 1-3으로 졌지만, 키움 히어로즈 선발투수 하영민(31)의 호투는 홀로 눈부시게 빛났다. '8년 80억'이라는 대형 계약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낸 명품 피칭이었다.
하영민은 2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2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회심의 호투를 선보였다. 이번 시즌 개인 3번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 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그는 종전 4.07이었던 평균자책점을 3.97로 낮추며 조용히 3점대 진입에 성공했다. 79⅓이닝으로 규정이닝 달성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더구나 상대는 리그 1위 삼성 타선. 5회까지 단 한 이닝도 쉬운 순간이 없었지만, 하영민의 위기관리 능력은 독보적이었다. 1회 1사 1, 2루 위기에서 최형우와 르윈 디아즈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수비실책 등이 겹치며 무사 만루에 몰린 3회에도 디아즈에게 내준 희생플라이 1실점으로 최소화했고, 5회 역시 득점권 위기에서 1루수 맷 데이비슨의 호수비와 함께 삼성 중심타선을 범타 처리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투구는 더욱 위력적이었다. 하영민은 6회와 7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요리하며 7이닝이나 책임졌다.
이날 92구를 던진 하영민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였다. 평균 구속이 144km에 달할 정도로 지속성 또한 뛰어났다. 커브, 포크볼, 커터, 슬러브 등도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포크볼을 32번, 슬러브를 28번를 구사했을 정도로 움직임이 심한 구종을 주로 선택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타선의 득점 지원은 단 1점도 없었다. 키움 타선은 삼성 선발 양창섭을 공략하지 못한 채 6회까지 침묵했다. 8회말 데이비슨의 홈런으로 1-1 동점이 만들어지며 하영민의 패전은 면했으나, 키움은 연장 11회 접전 끝에 1-3으로 패했다. 개인 승리도, 팀 승리도 챙기지 못하며 결과에 가려진 호투였다.
하영민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이었던 지난 13일, 키움과 8년 총액 8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데뷔 후 긴 인고의 세월을 보냈던 그는 2024년 선발진에 안착한 이후 매 경기 성장을 거듭하며 '종신 계약'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비록 팀의 연장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선두 삼성 타선을 잠재운 하영민의 피칭은 '이래서 80억을 줬구나'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