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라스트 댄스 허무하게 날릴 대위기... 축구협회, 아시안컵 불과 2달 전까지 '임시 감독' 파행

박건도 기자
2026.07.25 06:01
대한축구협회는 제6차 이사회를 통해 11월까지 남자 국가대표팀을 이끌 임시 감독 선임 절차를 승인했다. 아시안컵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까지 정식 감독 없이 임시 체제로 운영되는 파행이 이어지며 행정 참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몽규 전 회장 사퇴 이후 수장 공백 상태에서 협회 내부 조직이 책임 회피성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 후반전 선제골을 허용하며 남아공에 0-1로 패해 조3위에 머문 대표팀, 아쉬움 가득한 손흥민.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3차예선 대한민국 대 남아공 경기가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렸다. 홍명보 감독이 남아공에 0-1로 패색이 짙어지자 당혹해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책임으로 홍명보 전 감독이 불명예 퇴진한 가운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또다시 임시 감독 체제로 파행 운영될 처지에 놓였다.

대한축구협회는 2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6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차기 회장 선거 운영 방향과 함께 남자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 선임 절차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 의결에 따라 협회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에 맞춰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묶은 사단 형태의 공개채용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상은 국내외 지도자고, 임기는 올 11월 FIFA A매치 기간까지다. 세부 조건은 추후 공고를 통해 안내한다는 입장이다.

11월 A매치는 올해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 축구는 9~10월 4경기, 11월 2경기를 진행한다. 축구협회가 밝혔듯 11월까지만 임시 감독을 앉힌다는 것은 아시안컵을 불과 한두 달 앞둔 시점에 가서야 겨우 정식 감독을 찾거나 혹은 최악의 경우 임시 감독 체제로 아시안컵을 치르는 초유의 행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표면적으로는 법리적·절차적 기준을 준수한 행정 절차처럼 보이지만, 축구계 내부와 팬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개막하는데, 불과 반년 남은 시점에서 제대로 된 정식 사령탑 없이 임시 감독으로 시간을 때우는 기괴한 행정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아시안컵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LAFC)의 나이를 감안할 때 사실상의 라스트 댄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FC포르투) 등 역대급 전력을 갖추고도 이미 북중미월드컵에서 허무하게 실패한 바 있다. 이 같은 황금세대를 품고도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정 탓에 다가오는 아시안컵마저 허송세월로 날려 버릴 위기라는 탄식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더욱 답답한 대목은 사령탑 자리에 의사를 내비친 검증된 카드조차 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거스 포옆 전 전북 현대 감독 등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협회 행정망은 완전히 멈춰 서 있다.

K리그1 감독상 거스 포옛 전 전북 감독이 1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5 대상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일각에서는 이 같은 파행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정몽규 전 회장의 사퇴 이후 발생한 수장 공백과 사령탑 선임 일선에 서야할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의 책임 회피성 행정에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이용수 부회장의 회장 직무대행을 승인하면서 이사회가 열렸지만, 전력강화위원회를 비롯한 협회 내부 행정 조직은 정식 사령탑 선임을 꺼리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회장이 없는 무주공산 상태에서 섣불리 정식 감독을 선임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모든 책임과 비난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속내가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축구협회의 이 같은 임시 감독 돌려막기 파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팀은 홍명보 감독 선임 전인 지난 2024년에도 위르겐 클린스만 경질 후 정식 사령탑을 구하지 못해 연이어 임시 지휘봉을 맡기는 파행을 겪으며 거센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을 부임 1년 만에 경질한 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필두로 5월 중에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공언했다. 제시 마쉬, 세뇰 귀네슈 감독 등이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지만, 협회는 협상력 부재를 드러내며 정식 감독 선임에 끝내 실패했다.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예선 대한민국-체코전이 멕시코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렸다. 선수들이 입장하자 지안니 인판티노(왼쪽) 국제축구연맹 회장과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본부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결국 축구협회는 3월과 6월 A매치를 모두 임시 사령탑 체제로 치르는 기형적인 운영을 강행했다. 당시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던 황선홍(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급히 A대표팀 임시 지휘봉을 잡아 태국과 2연전(1승 1무)을 치렀고, 이는 연령별 대표팀 운영에 치명적인 차질을 불러왔다. 겸직 여파 속에 황선홍호는 4월 U-23 AFC 아시안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패하며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라는 참사를 겪었다.

이어진 6월에도 김도훈 임시 감독이 나서 월드컵 2차 예선 2경기를 2승으로 마쳤지만, 당시 주장 손흥민마저 정식 감독 선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할 정도로 임시 사령탑 체제의 한계는 명확히 드러난 상태였다.

하지만 정작 대표팀은 약 2년이 지난 지금 수장도 감독도 없는 암흑기 속에 방치되어 있다. 아시안컵이라는 대형 국제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임시방편으로 때우려는 안일한 행정에 한국 축구의 미래가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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