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체제 11년의 그림자...HDC 임원이 협회 돈·사람·계약·정보까지 관리했다

OSEN 제공
2026.07.29 08:59
HDC그룹 계열사 임원 A씨가 규정을 어기고 11년 동안 대한축구협회 핵심 행정을 총괄하며 약 10억 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문체부 감사 결과 협회 내부 자료가 HDC 측에 공유된 정황이 드러났으나 경찰 수사와 징계 등 후속 조치는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정연욱 의원은 오는 30일 열리는 청문회에서 HDC 임원의 장기 파견과 내부 정보 공유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OSEN=정승우 기자]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 계열사 임원이 규정상 최장 기간의 다섯 배가 넘는 11년 동안 협회 핵심 행정을 맡고 약 10억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내부 자료가 HDC 측에 공유된 정황까지 드러났지만 경찰 수사와 재발 방지 조치는 1년 넘게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30일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청문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임원의 장기 파견과 내부 정보 공유 문제,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이후 후속 조치 이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예정이다.

이번 청문회는 당초 22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30일로 연기됐다.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문체부 특정감사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 상무보 A씨는 2013년 3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대한축구협회 행정지원팀장으로 근무했다.

협회 인사 규정이 정한 파견 기간은 최장 2년이다. 그러나 A씨는 별도의 규정상 근거 없이 약 11년 동안 협회에서 일했다.

A씨는 이 기간 인사와 총무, 회계, 계약 등 협회 주요 행정 업무를 총괄했다. 자문료와 각종 수당 명목으로 지급된 금액은 약 10억 원이다.

HDC에서 급여를 받으면서 협회에서도 비용을 받은 것을 두고 이중 수령 아니냐는 지적도 국정감사 과정에서 제기됐다. 자신의 자문료 인상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 역시 감사에서 확인됐다.

문체부가 특히 문제로 본 부분은 회장사 직원이 협회의 행정과 내부 정보를 장기간 관리했다는 점이다.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 과정에서는 협회와 해외 설계사가 주고받은 자료 상당수가 HDC 측에 공유된 정황이 확인됐다. A씨가 자료 공유 과정에 관여한 정황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문체부는 향후 협회가 발주하는 공사 입찰에서 HDC가 사전에 확보한 정보를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2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축구협회를 도와준 것은 있어도 이득을 본 것은 절대 없다”며 “전문 지식이 많으니 도와주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실제 이익이 발생했는지보다 공적 조직의 정보가 특정 기업에 열려 있었던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득을 봤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조직의 살림과 정보가 특정 기업에 통째로 열려 있었다는 사실이 본질”이라며 “11년 동안 약 10억 원을 지급하며 회장사 직원을 파견받은 것은 축구협회가 사실상 회장 개인 회사처럼 운영돼 왔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감사 이후 후속 조치도 멈춰 있다.

A씨는 문체부 감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4년 11월 협회를 떠났다. 퇴직으로 인해 협회 자체 징계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문체부는 2025년 2월 관련자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같은 해 3월 감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파견 절차의 위법성과 자문료 지급 경위, 입찰 정보 공유 여부 등이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정 의원실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 수사는 수사 의뢰 이후 약 1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회장사 직원의 장기 파견을 막기 위한 규정 개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용수 부회장 직무대행 체제에서도 준비 부족을 이유로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 감사에 따른 징계 요구 역시 집행되지 않고 있다.

문체부는 2024년 특정감사를 통해 위르겐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상 문제를 비롯해 총 27건의 위법·부적정 사례를 적발했다. 정 전 회장과 주요 임직원에 대해서는 중징계와 문책을 요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재심의를 신청한 뒤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1심에서 문체부가 승소했지만 협회가 항소했고, 지난 6월 12일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징계 처분은 다시 미뤄졌다.

현재까지 정 전 회장을 포함한 주요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와 문책은 단 한 건도 이행되지 않았다.

정 의원은 “1년 넘게 후속 조치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협회가 스스로 문제를 바로잡을 의지도, 개혁할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말고 경찰 수사와 규정 개정, 징계 처분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점검해야 한다”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파견과 용역 관련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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