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던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해외 체류를 이유로 대한축구협회 청문회에 불출석한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이후 뜬금없이 캄보디아 한 프로팀 테크니컬 디렉터로 부임하면서 제기됐던 이른바 도피성 취업 논란도 사실상 현실이 됐다.
29일 축구계에 따르면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는 30일 예정된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해외 취업'이 그 사유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호의 북중미 월드컵이 대실패로 끝나면서 거센 비판 여론이 일던 지난 7일 돌연 캄보디아의 나가월드FC 테크니컬 디렉터로 부임한 뒤 한국을 떠났다.
해외 도피 의혹이 불거졌다. 공교롭게도 앞서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청문회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이임생 전 이사의 뜬금없는 리그, 생소한 구단의 테크니컬 디렉터 부임 소식이 전해진 탓이다. 이임생 이사의 테크니컬 디렉터 부임이 발표되고 이틀 뒤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개최가 확정됐고, 이임생 이사는 역시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다. 신문 요지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당시 전권을 위임받은 경위와 적법성이었다.
이후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 지원 단장으로 동행했던 박항서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해외 취업'을 사유로 청문회 불출석을 예고했다. 박항서 전 부회장 역시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이미 월드컵 전부터 태국 칸차나부리 파워 FC 감독 부임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월드컵을 마친 뒤 부회장직에서 사퇴하고 태국으로 향하면서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임생 전 이사 역시도 박항서 전 부회장과 같은 사유로 청문회에 불출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랐다.
이임생 전 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 이후 직접 브리핑을 할 정도로 홍 감독 선임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었다. 홍 감독이 외국인 감독 수준의 거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나섰던 것 역시 이임생 전 이사였다. 그가 빠지는 청문회는 그만큼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임생 전 이사는 '해외 취업'을 이유로 청문회 자체를 피했다. 법률 대리인이 대신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국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인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질 '마지막 기회'도 스스로 놓쳤다. 홍명보 감독 선임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고, 결과적으로 홍명보호가 대실패 한 만큼 이임생 전 이사는 직접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또 거듭 사과해야 했다. 이를 통해 다시는 같은 방식과 과정으로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가 조금이나마 책임을 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임생 이사는 이제 막 취업한 해외 구단의 업무를 핑계 삼아, 자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불출석을 통보했다. 엄밀히 말해 테크니컬 디렉터가 반드시 현지에 머물러야 하는 직책도 아닌 데다, 이동 등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거리 역시 아니라는 점에서 책임을 스스로 회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축구 역사에도 그렇게 이임생 이사의 이름이 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날 청문회에는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모두 출석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현직에 한해 최대한 청문회 출석에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박지성 K-축구 혁신위원장과 이영표 K-축구 혁신위원회 등 참고인은 대거 불출석할 예정이다. 서강일 전북축구협회장 등 전국 시도축구협회장 3명 역시 마찬가지다. 참고인은 증인과 달리 출석 의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