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군에서 뛰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 스스로 포기했던 유망주가 대반전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LG 트윈스 우타 거포 유망주 문정빈(23)이 그 주인공이다.
문정빈은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와 홈 경기에서 5번 타자 및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1볼넷으로 LG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출루할 때마다 LG의 득점이 나왔다. 문정빈은 LG가 0-1로 지고 있는 4회말 전준표의 빠른 공을 계속 커트하면서 8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후 오지환의 땅볼 출루, 문성주의 좌중간 안타에 이은 박동원의 좌익선상 2타점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5회말에는 모두가 직감할 대형 홈런으로 리드를 안겼다. 문정빈은 전준표의 한가운데 몰린 초구 직구를 통타해 우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타구 속도 시속 170.2㎞로 비거리는 127.9m였다.
승부처에서도 빛났다. 문정빈은 양 팀이 3-3으로 맞선 7회말 1사 1, 2루에서 박지성의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우중간 외야를 갈랐다. 뒤이어 문성주까지 좌익선상 1타점 적시 2루타로 쐐기를 박으면서 LG가 승기를 잡았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문정빈은 홈런 상황에 "우리 팀이 점수를 내고 약간 끌려가는 경기를 하고 있어서 1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경기 전 감이 좋아서 한번 노려봐야겠다 싶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문정빈은 정규시즌 43경기 타율 0.330(115타수 38안타) 10홈런 31타점 18득점, 출루율 0.414 장타율 0.704 OPS(출루율+장타율) 1.118을 기록하며, 리그 전체에서도 위협적인 타자가 됐다.
시즌 시작 전에는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성적이다. 문정빈은 가동초-잠신중-서울고 졸업 후 2022 KBO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 77순위로 LG에 입단해 지난해가 돼서야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통산 장타율 0.493으로 우타 거포로서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나, 지난해 1군에선 21경기 33타석에 그쳐 올해도 육성 단계의 선수로 분류됐다.
문정빈 역시 "우리 팀이 좋은 선배님들이 많아서 올해는 1군에서 뛰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있지 않을까 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올해 목표를 1군 10홈런으로 잡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도달했다. 이제는 기록에 신경 쓰지 않고 하나씩 더 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타율 0.330, 출루율 0.414에서 보여지는 정교함이다. 지난해 문정빈은 볼넷 하나를 골라낼 동안 삼진 11개를 당하며 콘택트와 선구안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첫 번째, 두 번째 타석을 비롯해 올해 16볼넷 34삼진으로 어느 정도 1군 투수들과 수 싸움에도 익숙해진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이에 문정빈은 "타석에 들어가면 항상 피치 터널을 생각한다. 그 범위를 너무 넓게 보기보다는 내가 가장 잘 칠 수 있는 코스만 설정해서 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변화구나 볼도 걸러진다. 처음부터 볼을 보려는 건 아니고 치려고 하다가 참는다. 너무 공을 보려고 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칠 곳을 정해놓고 때리다 보니 불필요한 스윙도 사라지고, 속구에 대한 대응능력도 좋아졌다. 여기엔 염경엽 LG 감독의 조언도 있었다. 문정빈은 "감독님께서 직구를 놓치지 말라고 주문하셨다. 최대한 직구를 놓치지 않으려고 치다 보니 변화구에도 잘 대응하고, 직구도 잘 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속 170㎞ 이상의 빠른 타구 속도에서 나오는 대형 홈런은 이제 문정빈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는 "손맛은 잘 모르겠다. 오늘(28일)도 맞자마자 넘어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잘 맞으면 손에 감각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심판인 아버지와 LG 선수였던 친척 형 덕분에 잠실야구장이 익숙하다. 어느덧 문보경, 문성주와 함께 중심타자로 성장한 엘린이(LG+어린이)의 서사에 팬들은 열광한다.
문정빈은 "나는 지명 라운드도 낮았다. 하지만 이천에 계신 코치님들이 더 열정적으로 퓨처스 선수들을 가르쳐주셨고 우리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어 "팬분들이 많이 기대해주시는데 아직은 조금 빠른 것 같다. 올해 끝까지 봐야 할 것 같고 '문·문·문 트리오'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