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추억의 이름이 된 제춘모. SSG 랜더스 팬들은 무려 24년 전으로 추억 여행을 떠났다. 그의 강렬한 데뷔 시즌 임팩트를 떠올리게 한 또 다른 괴물 신인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민준(19)은 2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0구를 던져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쳤다.
4-2로 앞선 7회부터 공을 넘겼고 불펜진이 리드를 지켜내 승리를 챙기며 김민준은 시즌 4번째 승리(2패)를 수확했다.
1라운드 5순위로 계약금 2억 7000만원을 받고 SSG 유니폼을 입은 김민준은 스프링캠프부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보장 받았지만 어깨 통증으로 인해 6월에야 데뷔할 수 있었다.
늦었지만 임팩트는 충분하다. 이날도 1,2회 위기가 있었지만 최소 실점했고 6회까지 버텨내며 팀 승리에 발판을 놨다. 무엇보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제 공을 뿌리는 담대한 모습이 보통 신인 선수들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경기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둔 김민준은 이날도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팀 전체가 전반기 86경기에서 QS가 단 10차례에 불과했는데 김민준은 홀로 3번째 QS를 달성했다.
전신 SK 시절을 비롯해 팀 고졸 신인 선수가 2경기 연속 QS를 작성한 건 무려 24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2002년 신인임에도 선발 로테이션을 꿰찬 당시 제춘모가 6월 1일 무등 KIA전(7이닝 3실점), 6월 7일 인천 현대전(6⅓이닝 3실점) 작성했는데 김민준은 더 안정적인 투구로 이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당시 제춘모는 30경기에 등판해 9승 7패, ERA 4.68로 준수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김민준은 뒤늦게 시즌을 시작했으나 8경기에서 4승 2패, ERA 4.30으로 순항하고 있다.
이숭용 감독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감독은 "김민준이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인천 홈 팬들 앞에서 선발 투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매 경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팀의 미래를 밝혀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최악의 선발진에 울어야 했던 SSG는 후반기 들어 완전히 달라진 선발진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12경기에서 선발진은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팀의 6승을 모두 책임졌다.
선발진이 잘 굴러가자 불펜에도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감독은 "필승조 선배들도 막내의 홈경기 첫 승을 지켜주기 위해 안정적인 투구로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해줬다"고 호평했다.
타선도 11안타 중 7개의 장타를 날리며 기분 좋은 승리를 이끌었다. "마드리스가 최근 부진을 끊어내는 값진 투런 홈런으로 경기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왔고, 좌투수를 상대로 어려움을 겪던 전의산도 두 차례 장타를 터뜨리며 자신감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줬다. 안상현이 3루에서 점차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도 칭찬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은 무더위를 맞아 관중석에서 '랜필 썸머 페쓱티벌'이 펼쳐졌다. 홈 관중들은 시원한 물 세례를 맞았는데 승리가 더해지며 기쁨은 배가 됐다. 이숭용 감독은 "관중석에서 즐길 수 있는 물 폭탄과 오늘의 승리로 팬들이 잠시나마 무더위를 날릴 수 있었으면 한다. 위닝 시리즈를 거둘 수 있도록 내일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