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일본인 맞아?" 원피스로 장난치고 같이 장어 먹고, 스기모토는 그렇게 '설탕'처럼 KT에 녹아들었다

수원=김동윤 기자
2026.08.03 11:36
KT 위즈 제춘모 코치는 일본인 투수 스기모토 코우키가 팀 문화에 완전히 녹아들며 성적이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스기모토는 투구폼 수정 등 기술적 변화와 더불어 동료들의 배려 덕분에 심리적 안정을 찾으며 7월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했다. 스기모토는 동료들과 장어를 먹거나 농담을 주고받으며 적응했고 팬들의 일본어 응원도 큰 힘이 되었다고 밝혔다.
KT 스기모토가 2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KBO리그 LG트윈스와 KT위즈 경기 8회초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한 후 자축하고 있다.. 2026.04.29.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스기모토가 설탕이 다 됐어요. 이제 우리 팀에 완전히 녹아들어서 한국 사람 다 됐습니다."

KT 위즈 제춘모(44) 1군 투수코치가 한때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일본인 아시아 쿼터 스기모토 코우키(26)의 반전 요인으로 KT 팀 문화를 꼽았다.

후반기 KT의 기세가 매섭다 못해 무섭다. 12승 1무 1패로 승률이 무려 0.923에 달한다. 스기모토는 반격의 중심에 섰다. 5월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68로 무너져 퓨처스리그에 내려갔지만, 7월 13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하며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기술적으로는 투수판을 밟는 위치와 투구폼을 수정한 효과가 컸다. 와인드업 대신 세트 포지션으로 던지면서 동작이 간결해졌고, 직구 회전수도 1900rpm대에서 2400rpm대로 뛰었다.

그러나 제춘모 코치는 기술적인 변화만큼 심리적인 안정도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스기모토는 일본 독립 리그 출신으로 관중이 많은 프로 무대는 KBO 리그가 처음이다. 그 탓에 시즌 초반에는 마운드 위에서 얼어 있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제춘모 코치는 "스기(모토)가 처음에는 응원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스기를 외국인 선수라고 따로 대하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과 똑같이 함께 밥을 먹으러 다니고 장난도 정말 많이 쳤다. 덕분에 이제는 스기도 한국 사람이 다 됐다. 서로 장난도 많이 친다"고 웃었다.

2026 신한 SOL Bank KBO리그 공식 개막전 LG 트윈스 대 KT 위즈 경기가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T 스기모토가 8회말 연속 안타를 허용한 후 교체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러면서 "다른 팀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이렇게까지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다. 그런데 스기모토는 이제 완전히 팀에 녹아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설탕이 된 것이다. 잘 섞였다. 성적이 좋아지면서 자신감도 생겼고, 그런 자신감이 적응에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스기모토도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고 인정했다. 그는 "솔직히 캠프에 처음 합류했을 때는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한국 야구의 선후배 문화에 대한 걱정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선배들이 정말 많이 챙겨줬다.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때도 먼저 같이 가자고 해준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원정에 가서도 동료들이 식사를 같이하자며 잘 챙겨준다. 최근 창원 원정에서는 선수들과 함께 장어를 먹으러 갔다. 정말 맛있었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문화 덕분에 나도 이 팀에 많이 적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용주(26), 손동현(25) 등 또래들과 가까워지면서 스기모토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지난 주말 한화 이글스와 홈 3연전에선 일본 만화 원피스와 컬래버레이션 이벤트가 화제였는데, 스기모토는 놀림(?)의 대상이 됐다.

스기모토는 "원피스를 전부 본 것은 아니고 주요 장면이나 극장판 위주로 봤다. 그러자 용주가 '너 정말 일본인 맞아?'라고 하더라. 이런 식으로 동료들과 농담이나 장난을 많이 주고받고 있다. 호주 캠프 때와 비교하면 동료들과 확실히 훨씬 더 가까워졌다"고 미소 지었다.

KT 스기모토가 2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KBO리그 LG트윈스와 KT위즈 경기 8회초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한 후 자축하고 있다. 2026.04.29.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KT 팬들도 스기모토가 낯선 환경을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탰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들리는 응원은 긴장 속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스기모토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그는 "사실 지금도 마운드에 올라갈 때는 긴장을 많이 한다. 그럴 때 팬들이 일본어로도 많이 응원해주신다. 그런 응원이 나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 나도 자신감이 생기면서 피칭도 더 안정된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성적이 좋아지자 팀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팀에 녹아들자 마운드에서도 자신감이 커졌다. 기술과 심리의 선순환이었다. 제춘모 코치는 "예전처럼 누군가 혼자서 선수를 바꾸는 시대가 아니다. 데이터 팀과 현장, 감독님과 선수까지 전부 함께해야 한다. 선수 한 명을 키우려면 무조건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권위적으로 대하는 분위기가 없다. 나도 필요한 순간에만 딱 잡아주고, 나머지는 선수들이 그 안에서 놀도록 한다"라며 "솔직히 이곳은 놀이터가 돼야 한다. 어린 선수들은 야구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많다. 그런데 1군에 올라오면 선배들이 (투수 코치인) 내가 해야 할 말을 다 해줄 정도다. KT 투수진만의 정말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KT 제춘모 투수코치가 1일 수원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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