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의 '새로운 7번' 이강인(25)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강인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의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에 교체로 출전해 AT 마드리드 비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달 25일 파리 생제르맹(PSG)을 떠나 AT 마드리드로 이적한 지 보름 만에, 그것도 5만 78명의 한국 팬들 앞에서 성사된 AT 마드리드 데뷔 무대였다.
AT 마드리드는 이미 지난 1일 스웨덴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경기를 치렀으나, 당시 이강인은 병역 관련 문제로 한국에 발이 묶인 상태였다.
이후 AT 마드리드 선수단이 이번 맨시티와의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위해 마침 한국을 찾으면서 자연스레 이강인도 팀에 합류했고, 이틀 훈련을 소화한 뒤 이날 AT 마드리드 데뷔전까지 치렀다.
팀 동료들과 제대로 호흡을 맞추지 못한 데다, 한국에서의 개인 훈련도 팀 지침을 받아 진행했던 만큼 이날 이강인은 선발이 아닌 교체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후반 18분 교체로 투입돼 30여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짧은 시간만으로도, AT 마드리드의 새로운 7번인 이강인의 존재감은 확실히 남달랐다.
투입 직후부터 팀의 프리킥 기회를 직접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상대 골문을 위협한 이강인은 앞서 현지 매체들이 훈련 포지션을 통해 예상한 대로 측면이 아닌 전방에 포진했다.
전방에서 처진 세컨드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은 그는 전방과 중원, 때로는 측면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팀 공격의 중심 역할을 맡았다.
2명이 동시에 에워싸는 강력한 압박에도 이강인은 특유의 개인기로 공 소유권을 지켜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측면을 향한 정확한 패스는 크로스에 이은 헤더로까지 연결됐고, 아르나우 솔라의 측면 컷백을 직접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상대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5만여 한국 팬들 앞에서 치른 AT 마드리드 데뷔전에서 내친김에 노린 공격 포인트까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겨우 이틀 훈련을 하고 이날 실전에서 처음 동료들과 호흡을 맞춘 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30여분 보여준 존재감은 다음 경기, 나아가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날 이강인은 30여분 동안 91%의 패스 성공률 속 2개의 슈팅을 기록했고, 드리블 성공은 1회, 롱패스 성공은 2회(성공률 100%)의 지표를 각각 남겼다.
경기 후 이강인의 새로운 스승이자 '세계적인 명장' 디에고 시메오네(아르헨티나) AT 마드리드 감독은 "이강인은 아직 훈련을 많이 소화하지 못했다. 경기에 뛰기 위해서는 리듬이 필요하고, 리듬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면서 이날 경기보다 앞으로 더 나아지는 이강인의 경기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시메오네 감독은 "이강인은 다재다능한 선수다. 측면에서도 뛸 수 있고, 세컨드 스트라이커 역할도 소화할 수 있다. 그런 능력을 가진 선수인 만큼, 앞으로 팀의 필요에 따라 포지션을 바꿀 것"이라며 여러 포지션에 걸친 중용 가능성도 내비쳤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무너질 것처럼 들썩인 순간은 두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후반 19분 이강인이 AT 마드리드 선수로서 처음 시도한 프리킥이 골대 구석을 스치듯 지나갔을 때였고, 다른 한 번은 후반 31분 골대를 스치듯 지나가는 슈팅이 나왔을 때였다"며 "조금 더 훈련하고, 호흡을 맞춰간다면 이런 장면들은 골이 될 것이다. 이제 등번호 7번의 시대"라고 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