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잘해주고 있죠. 4번 타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네 번째'로 나가는 타자라고 생각하고 치니까 잘하는 것."
염경엽(58) LG 트윈스 감독의 브리핑 발언 일부가 맥락과 다르게 퍼지며 야구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나온 발언의 전체 맥락을 짚어보면 오해의 여지는 전혀 없다. 오히려 신예 타자 문정빈(23)의 중압감을 덜어주기 위한 사령탑의 세심한 '심리 케어'에 가깝다.
발언이 나온 시점은 16일 잠실 SSG 랜더스전을 앞둔 더그아웃 브리핑이었다. 당시 취재진은 주전 4번 타자 문보경의 선발 라인업 제외로 깜짝 4번 중책을 맡은 문정빈의 활약에 대해 질문했다. 취재진이 이날도 4번 타자로 출전하는 문정빈을 두고 "잘 치고 있다가 갑자기 4번 타순에 들어가면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 않나"라며 중압감 대처 방식을 묻자, 염 감독이 내놓은 답변이었다.
염 감독은 "(문)정빈이가 4번 타자 역할을 참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을 먼저 건넨 뒤 "본인이 '내가 4번 타자다'라는 부담을 갖지 않고, 편하게 '네 번째 타순에서 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스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4번 타자라는 상징적 무게감에 짓눌려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코칭스태프와 선수가 마인드컨트롤을 잘 해내고 있다는 취지의 칭찬이자 격려였다. 문정빈에 대한 역할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현장 취재진 역시 사령탑의 의도를 어린 선수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멘탈 관리법'으로 이해하고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앞뒤 질문과 답변의 맥락을 살펴보면, 이는 논란이 아니라 오히려 신예 육성을 위한 감독의 배려와 지도 방식이 보인 장면이었다.
실제로 염 감독은 문정빈이 4번 타자라는 중책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지 않길 바랐다. 염 감독은 "(문정빈도) 결국 (문)보경이가 페이스를 찾고 올라오면 그 자리로 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어린 선수가 느낄 책임감을 거듭 덜어줬다. 아직 1군 통산 100경기도 채 치르지 않은 신예지만, 문정빈은 이번 시즌 54경기에서 타율 0.302(159타수 48안타) 13홈런 39타점 OPS 1.014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기대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부에서 불거진 발언 논란은 현장의 맥락을 생략했기에 찾아온 해프닝에 불과했다. 발언의 진짜 본질은 주전의 공백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단계적인 '성공 체험'을 하는 신예를 향한 감독의 '기 살리기'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