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슈퍼스타' 지소연에 성희롱 발언→직접 찾아가 '사과 대신 변명'... '이해 불가 수준' 한국 심판 권위주의

박건도 기자
2026.09.08 06:01
지소연은 배선영 주심으로부터 생리를 뜻하는 은어인 '걸스데이'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으나 사과 대신 해명에 중점을 둔 답변을 받았다. 축구협회 심판위원장 대행은 해당 발언이 특정 개인이 아닌 선수 전체를 향한 것이었다는 궤변을 내놓으며 논란을 키웠다. 한국 축구 심판계는 오심과 권위주의적 태도 및 수뇌부의 부적절한 행태로 인해 불신의 늪에 빠졌다.
지난달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의 WK리그 경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수원FC 위민 지소연(왼쪽)과 배선영 심판. 지소연이 물병을 던지며 항의하자 배 심판은 주머니에서 레드카드를 꺼낸 채 지소연과 대화를 나눴으나, 지소연에게 레드카드를 주진 않았다. /사진=한국여자축구연맹 유튜브 영상 캡처

한국 여자축구 간판마저 고개를 떨궜다. 그라운드 위에서 심판진에게 모욕을 당한 피해자가 오히려 진정성 없는 변명 앞에서 또 한 번 상처를 받아야 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지소연(수원FC 위민)은 7일 대표팀 소집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사과를 하러 와서 만나긴 했지만, 사과를 받았다고는 말을 못 하겠다. 사과라기보다는 해명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 느낌을 받았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 경기에서 드러난 심판진의 행태는 비뚤어진 특권 의식을 그대로 보여줬다. 판정에 대해 묻기 위해 다가온 지소연을 앞에 두고 배선영 주심은 무선 교신을 통해 생리를 뜻하는 은어인 '걸스데이'라는 표현을 내뱉었다. 선수가 항의하자 경고를 꺼내 들었고, 부당함에 물병을 던지자 뒷주머니에서 레드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며 위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생리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던 심판팀의 발뺌은 은어 사용 사실이 드러나며 거짓으로 판명 났다.

더 뼈아픈 대목은 지소연이 짚어낸 그라운드의 위계 구조다. 이번 사태에 지소연은 "만약 어린 선수가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무 말도 못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 여자축구를 대표하는 베테랑이기에 겨우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 뿐, 입지가 좁은 신예나 평범한 선수였다면 부당함을 고스란히 삼켜야 했을 것이라는 일침이다. 판정 권력을 손에 쥔 심판의 눈치를 보느라 기본적인 인권 침해 앞에서도 침묵을 강요당하는 현실을 명확히 짚었다.

진짜 문제는 사후 대응이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에 따르면 사태 수습을 위해 구단을 찾은 축구협회 심판위원장 대행은 논란의 발언이 지소연 특정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당시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 전체를 향한 것이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특정인을 콕 집어 지칭하지 않았으니 잘못의 무게가 덜하다는 식의 궤변이다.

지난달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의 WK리그 경기. 판정 항의 등과 관련해 대화하고 있는 수원FC 위민 지소연(왼쪽)과 배선영 심판. /사진=한국여자축구연맹 유튜브 영상 캡처

선수협의 지적대로 이러한 해명은 오히려 그라운드를 누비던 다수의 여자 선수 전체를 모욕의 대상으로 삼았음을 실토한 꼴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를 수습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심판 조직의 책임자가 사건의 본질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털어놓은 셈이다. 김훈기 선수협 사무총장은 "특정인을 향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왜 해당 발언으로 상처받았는지를 먼저 헤아렸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최근 한국 축구 심판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총체적 난국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필드 위 오심과 불통, 권위주의적 태도에 이어 심판진의 부적절한 언행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판 행정의 중심을 잡아야 할 수뇌부의 경솔한 행동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문진희 전 심판위원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반말조로 응대하는 안하무인식 태도로 거센 질타를 받았다. 16년째 월드컵 본선 심판을 배출하지 못하는 현실에는 "지면 심판을 욕하는 구조 탓"이라며 책임을 전가했고, '셀프 배정' 등 카르텔 의혹이 쏟아지자 며칠 뒤 사표를 던지며 자리를 피했다.

수장의 도피성 사퇴, 잇따른 결정적 오심, 현장을 억누르는 권위주의와 선수 비하 발언까지 겹치며 한국 축구 심판계는 회복하기 힘든 불신의 늪에 더욱 깊이 빠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의 WK리그 경기 도중 성희롱 발언을 들은 수원FC 위민 지소연(10번)이 물병을 던지며 분노하자, 주머니에서 레드카드를 꺼낸 채 다가가고 있는 배선영 심판. 그러나 배 심판은 레드카드를 주머니에서 꺼내기만 했을 뿐 지소연에게 직접 꺼내들진 않았다. /사진=한국여자축구연맹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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