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이제는 세계 1위를 지키는 게 더 쉽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를 100주 연속 지킨 안세영(24, 삼성생명)의 자신감은 막연하지 않았다. 부상과 부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견제를 모두 이겨내며 쌓은 경험과 자신이 견뎌낸 훈련을 향한 믿음이 그 바탕에 있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배드민턴대표팀의 미디어데이가 9월 8일 오후 진천선수촌에서 열렸다. 안세영을 비롯해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남녀 선수 20명이 참석해 각오를 밝혔다.
관심은 세계 1위 안세영에게 집중됐다. 안세영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여자단식과 여자단체전 2관왕에 다시 도전한다. 여자단식 금메달을 따내면 한국 배드민턴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단식 2연패를 달성한다.
안세영은 "전에는 금메달이라는 기대를 많이 받지 않았다. 이번에는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선수로서 당연히 금메달을 따면 좋다. 이번 대회는 나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담은 내려놓고 내가 하고 싶은 경기를 하면서 즐기겠다"라고 강조했다.
안세영의 자신감은 세계선수권을 통해 한층 단단해졌다. 그는 지난 8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 여자단식에서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준준결승에서는 한웨, 준결승에서는 왕즈이, 결승에서는 야마구치 아카네를 모두 2-0으로 꺾었다. 결승에서는 당시 세계랭킹 2위 야마구치를 49분 만에 2-0(21-17, 21-14)으로 제압하며 2023년 이후 3년 만에 세계선수권 정상을 되찾았다.
완벽한 결과였지만 출발부터 몸 상태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안세영은 발목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경기장 바람에도 적응해야 했다.
안세영은 8월 25일 귀국한 뒤 "아직 통증이 있었기 때문에 대회 초반에는 움직임에 머뭇거림이 많았다. 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 계속 경기하면서 점차 적응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몸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런 감각을 다시 찾았다는 점이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부상에 대한 불안감을 지운 힘은 자신을 향한 믿음이었다. 안세영은 압도적인 경기력의 원동력을 정신력이나 특별한 전술이 아닌 훈련에서 찾았다.
그는 "정신력보다는 훈련한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 있게 경기하는 것이 흐름을 좌우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훈련해온 나를 믿고 준비한 모습이 경기에서 그대로 나올 수 있도록 자신 있게 플레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 믿음은 다음 대회에서도 결과로 이어졌다. 안세영은 세계선수권 직후 출전한 중국 마스터스에서도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우승했다. 세계선수권과 중국 마스터스를 연속 무실세트로 제패하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랭킹 1위도 어느덧 100주 연속 유지했다.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느꼈던 막막함은 정상에 머무를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안세영은 "세계 1등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시간에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기다리는 동안 막막한 심정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자신을 믿고 경기하니 플레이도 달라졌다. 경기에서는 세계 1위를 지키는 것이 더 쉽다"라고 자신했다.
도전자였던 3년 전과 비교하면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당시에는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확신도, 경기를 즐길 여유도 부족했다. 이제는 경기의 흐름과 승리하는 방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안세영은 "3년 전에는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고 경기를 즐기지 못했다. 지금은 경험이 생겼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알게 됐고, 즐기면서 경기할 여유도 생겼다"라고 밝혔다.
기록에 쫓기지도 않는다. 아시안게임 여자단식 2연패라는 전인미답의 성과가 눈앞에 있지만, 숫자보다 코트 위에서 보여줄 경기력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안세영은 "기록을 쓰는 것은 영광이다. 매번 새로운 경기에서 더 잘하고 싶다. 기록보다 매 경기 내 플레이를 더 잘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압도적인 성적에도 경계심은 놓지 않았다. 안세영은 특정 선수 한 명만을 경쟁자로 정하지 않았다. 미야자키 도모카를 비롯한 일본의 신예와 인도 선수들의 성장세까지 주목했다.
그는 "모든 경기에서 만나는 모든 선수가 라이벌이다. 경기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항상 모든 것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연습에서도 더 완벽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체력과 부상 관리도 아시안게임의 변수다. 안세영은 여자단식과 여자단체전에 모두 출전한다. 두 종목에서 결승까지 오르면 긴 일정 동안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이마저도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었다. 안세영은 "경기 수가 많아질 수 있지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단체전 출전 등을 조절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2주씩 대회를 치른 경험이 많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다만 "멘탈 관리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준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100주 연속 세계 1위, 세계선수권과 중국 마스터스 연속 무실세트 우승. 안세영의 자신감은 결과만으로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통증을 안고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맞섰고, 경기 속에서 몸 상태와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해온 훈련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3년 전 항저우에서 도전자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안세영은 이제 모두가 넘어야 할 절대적인 우승 후보로 아이치·나고야에 향한다. 달라진 위치만큼 기대와 부담도 커졌지만 안세영의 답은 간단했다. 부담을 내려놓고 경기를 즐기는 것, 그리고 누구보다 많이 훈련한 자신을 끝까지 믿는 것이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