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부터 유명했던 '1.76초 괴물 어깨'가 프로 4년 차에 리그 최고의 무기로 완성됐다. 김건희(22·키움 히어로즈)가 이제 그 어깨로 태극마크의 안방까지 지킨다.
김건희는 14일 경기 종료 후 류지현(55) 감독이 이끄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다. 조형우(24·SSG 랜더스)와 함께 둘뿐인 포수로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뽑혀 국제 종합대회에 나서게 됐다.
원주고 시절부터 김건희의 가장 큰 무기는 강한 어깨였다. 3학년 당시 김건희의 2루 팝타임(Pop time·포수가 투수의 공을 받은 뒤 2루 송구가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81초, 최고 1.76초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프로에 와서는 그 강견이 실제 경기력으로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김건희는 본격적으로 1군에서 포수 출전 기회를 얻은 2024년 66경기, 431⅔이닝을 소화하며 도루 저지율 17.6%를 기록했다. 타고난 어깨를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출발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 역시 강한 어깨 때문이었다. 김건희는 강한 어깨와 타고난 손가락 감각으로 투수로서 가능성도 인정받았고, 입단 후 한동안 투수를 겸업했다. 선수 본인도 투수로서 가능성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고 2024시즌 초반이 돼서야 포수에만 전념했다. 그 탓에 포수로서 기본기를 다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마음을 잡은 뒤에는 빠르게 원 포지션인 포수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해를 거듭하며 송구 동작과 정확도, 투수와의 호흡이 안정됐고 도루 저지 능력도 리그에서 눈에 띄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1년 만에 숫자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104경기에서 731이닝 동안 안방을 지키면서 도루 저지율을 34.1%까지 끌어올렸다. 5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포수 가운데 리그 2위였다.
올해는 한 단계 더 올라섰다. 김건희는 112경기, 816⅔이닝을 소화하면서도 도루 저지율 31.1%를 기록했다. 500이닝 이상을 책임진 포수 가운데 리그 1위다.
김건희에게 더욱 반가운 변화는 방망이다. 지난해 김건희는 105경기에서 타율 0.242(322타수 78안타) 3홈런 25타점, 장타율 0.345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1일 현재 118경기에서 타율 0.271(362타수 98안타) 8홈런 50타점, 장타율 0.398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타점은 정확히 두 배가 되며 확실한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김건희 스스로도 올해 가장 만족하는 변화 중 하나로 장타력을 꼽았다. 최근 잠실야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김건희는 지난해와 비교해 성장한 부분을 묻자 "생각보다 선구안도 조금 생기고 장타율도 좋아진 것 같다. 그게 첫 번째 목표였는데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성장에 높은 점수를 주지는 않았다. 그는 "경기만 많이 뛰었지 아직 그럴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잘해야 '경험이 됐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족보다는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김건희에게 아시안게임은 또 하나의 성장 무대다. 김건희는 "아직 국제대회가 실감 나지 않는다. 최근 곽빈 선배나 대표팀 선배들의 국제대회 영상을 찾아보면서 분위기를 익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짐작이 안 간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알고 있다. 김건희는 "리드를 잘하고 블로킹도 잘하고, 한 점 싸움처럼 타이트할 때 투수를 잘 이끌어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국제대회 단기전에서는 한 번의 도루가 곧 득점권 진루로 이어질 수 있기에, 그 장점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일본과 대만처럼 세밀한 주루와 작전 야구에 능한 팀을 상대할 때 포수의 송구 능력은 단순한 도루 저지 하나 이상의 효과를 낸다. 강한 어깨 자체가 상대에게 스타트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건희는 "(조)형우 형이랑도 일단 다치지 말고 경기 때 잘하자고 자주 연락한다. 아시안게임에서 누가 뛰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대표팀에 가면 전력 분석이나 좋은 코치분들이 계실 테니 그거 믿고 하려 한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