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 위장 복서'로 유명한 복싱 영웅 케이티 테일러(40)가 팬들의 환호 속에서 승리를 거두며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테일러는 지난 5일 아일랜드 더블린 크로크 파크에서 열린 플로라 필리(29)와의 슈퍼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10라운드 심판전원일치 판정승(100-90, 100-90, 98-91)을 거두고 3체급 통합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앞서 영국 '더선'은 3일 "복싱을 하기 위해 소년으로 위장해야 했던 테일러가 이제는 남성 복서 99%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선수가 됐다"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테일러는 12살 때 오빠들을 따라 복싱을 시작했다. 당시 여성 아마추어 대회가 없어 '케이'라는 가명을 썼다. 헤드기어에 긴 머리를 숨긴 채 남자 행세를 하며 경기에 나섰다.
2016년 프로모터 에디 헌과 계약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한 테일러는 복싱계의 성별 임금 격차를 완전히 뒤집었다.
헌은 테일러와 겪은 일화를 공개했다. 과거 보스턴에서 열린 신디 세라노와의 경기 당시, 테일러가 티켓 대부분을 팔았지만 대전료는 같은 대회에 나선 남성 복서 테빈 파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테일러가 불공평하다고 항의하자 헌은 "그가 남자이기 때문이며 네가 이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헌은 "현재 테일러는 활동 중인 남성 파이터 99%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고 밝혔다. 실제로 테일러는 2022년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아만다 세라노와 대결하며 대전료 100만 달러(약 13억원) 시대를 열었다. 2024년 재대결에서는 600만 달러(약 80억원)를 거머쥐었다. 이는 헌이 테일러의 웸블리 아레나 데뷔전 당시 지급했던 6000파운드(약 1000만원)의 천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헌은 여성 복싱에 회의적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조차 테일러의 데뷔전을 보고 감탄했다고 밝혔다.
편견을 실력으로 잠재운 테일러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고, 프로 통산 26승 1패를 기록하며 링을 떠났다. 그녀의 은퇴 무대가 된 크로크 파크 경기장 티켓 8만 장은 예매 시작 1시간 만에 매진됐다.
경기 직후 테일러는 "꿈같은 커리어의 완벽한 마무리"라며 "아일랜드 국민들이 잊지 못할 은퇴전을 선물해 줬다"고 소감을 밝혔다.